[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취임 후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달 8일 회장 승진 이후 대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한 채 계열사 사업을 챙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직접 주요 회의를 주재하며 꼼꼼하게 현안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대표와의 일대일 회의는 물론 재무, 영업, 물류 등 현안별로 관련 계열사 임원을 소집해 토론하는 그룹 회의도 잦다. 장시간 회의가 하루 2∼3개씩 겹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전문 경영인 체제 속에 계열사 임원의 의사결정을 측면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직접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집무실을 지키는 날이 부쩍 늘었고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8∼9시에 퇴근하는 일과도 거의 매일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룹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승진한 그날부로 비상 경영체제가 가동됐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을 즐겨하던 이전과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정 회장은 돌연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삭제하고, 누리꾼과의 소통도 중단했다. 일각에서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릴 여유가 없어 자연스럽게 멀어졌다는 얘기도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전략실 개편 이후 평소 즐기던 골프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과 회의 석상에서 대면하는 일이 잦아진 계열사 임원들의 긴장감도 그만큼 높아졌다. 이전과 눈에 띄게 달라진 정 회장의 이런 행보는 그룹이 처한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다.

그룹의 핵심인 이마트는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 등과 같은 거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협공 속에 실적이 악화해 미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첫 영업손실을 기록한 게 현재의 위기를 대변한다.

복수의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정 회장은 어떻게든 올해 안에 실적 개선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승진 인사가 발표되기 전 모친인 이명희 그룹 총괄회장을 비롯한 주변 수뇌부 인사들에게도 이런 의지를 피력했다고 한다.

이마트 창립 31년 만의 첫 전사 희망퇴직 프로그램이나 철저한 신상필벌에 기반한 임원 수시 인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통업계에 큰 충격파를 던진 이들 제도는 모두 신세계그룹 안정적인 인사 운영의 전통을 깬 파격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 2일 단행된 신세계건설 대표 경질 인사는 정 회장의 올해 경영 방침을 그룹 안팎에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이 안 좋아도, 경영 방식에 문제가 있어도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기다려주던 임원 인사와 다른 기조를 보인다.

이제 업계 눈높이에 맞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누구든지 언제라도 대표 옷을 벗어야 한다. 대표 재선임을 의결한 정기 주주총회 일주일 후, 이사회 이틀 후 전격적으로 대표와 영업본부장, 영업 담당 등 3명을 동시에 경질한 것도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읽힌다.

정 회장이 전면에 등장한 비상 경영 체제는 올해 내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과정에서 여러 명의 계열사 대표가 실적 시험대에 오르고 몇몇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도에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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