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경무 전문기자] “중국을 이기려면 혼을 갈아 넣어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현정화)

2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특설경기장인 초피홀에서 열린 BNK 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체 4강전. 이날 잘싸우고도 세계 최강 중국에 매치스코어 2-3으로 석패한 한국 남자대표팀(세계 3위).

경기 뒤 한국 탁구 레전드로 이번 대회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이 남자팀의 선전을 칭찬하면서도 승부욕을 강조했다.

그를 비롯해 유승민 공동위원장, 김택수 사무총장 등 대회조직위 핵심 보직을 맡은 한국 탁구 레전드 3인방. 이들은 이날 한국-중국 4강전 뒤 미디어센터에서 대회 운영 등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했다.

그 자리에서 한국팀의 이날 경기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질문이 나왔고, 화려한 선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밝혔다.

현정화 집행위원장은 “오늘 경기는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중국과의 경기에서 10여년 전을 떠올려 봐도 이 정도 익사이팅한 경기는 없었다. 오늘 경기내용은 훌륭했고, 관중들 매너도 좋았다. (한국이) 2-1로 이기고 있을 때는 다시 역사를 쓰나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결국 벽을 못 넘었다. 중국은 잘하는 선수 뒤에 잘하는 선수, 그 뒤에 또 잘하는 선수가 계속 나온다”고 만리장성의 험난함을 새삼 강조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앞선 여자단체 8강전에서 중국에 0-3으로 진 여자대표팀에 대한 비판의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자대표팀과 관련해 “오늘 남자 선수들은 기량면으로 중국에 가까웠다. 자기 득점원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 여자팀은 득점원과 기술이 많이 떨어진다. 더욱 노력해서 좁혀야 한다고 감히 말한다. 대표단 일원이 아닌 선배의 입으로서”라고 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 공동위원장은 “경기를 보면서 2001년 오사카 세계대회(김택수, 오상은, 유승민 남자단체전 동메달) 생각이 났다. 김택수 현 사무총장이 중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었다. (오늘 경기는) 이후 20년 넘게 중국이 전세계 어느 팀을 상대로도 처음 나오는 경기였다”며 한국 선수들이 잘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편으로 소름이 끼쳤다. 한국이 그렇게 잘하는데도 흔들리지 않는 중국을 보면서...그러나 빈틈은 있었다”고 했다.

김택수 사무총장은 “그동안 우리 선수들이 중국에 무기력했는데, 준비하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레전드들이 있지만, (중국에) 지는 것에 화가 나고 했었는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한편으로 씁쓸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주세혁 감독은 “양팀이 좋은 경기를 했다. 우리 선수들이 이 정도 잘할 줄 몰랐다. 팀워크로 똘똘 뭉쳐 잘했다. 상대를 몰아붙일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팀은 이날 중국을 맞아 1단식에서 세계 14위 장우진(28)이 2위 왕추친(23)을 3-1(11-7, 2-11, 13-11, 11-6)로 잡으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2단식에 나선 세계 18위 임종훈(27·한국거래소)이 1위 판젠동(27)한테 0-3(8-11, 6-11, 8-11)으로 지고 말았다.

이어 3단식에서 세계 27위 이상수(33·삼성생명)가 3위 마롱(35)을 3-2(11-7, 4-11, 13-11, 6-11, 11-4)로 누르면서 한국팀은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4단식에서 장우진이 판젠동에 0-3(6-11, 7-11, 10-12), 5단식에서 임종훈이 왕추친에게 0-3(5-11, 7-11, 6-11)으로 각각 지면서 한국팀 석패로 끝났다.

장우진은 “중국에는 안된다는 팬들의 인식을 깨준 좋은 경기였다”고 말했다. 이상수는 “팬들 응원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팬들이 보는 앞에서 좋은 경기를 했다. 앞으로 이렇게 나아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임종훈은 “팬들이 너무 잘해주고 응원도 많이 해줘 힘이 났는데…. 아쉽기보다는 아까운 것 같다. 다음에는 후련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앞으로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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