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부산=김경무 전문기자] “중국은 세계 최강입니다. 우리 선수들이 이기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오늘밤 여러분의 응원으로 만리장성을 넘을 수 있습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경기 전 이런 장내 어나운스먼트와 함께, “대~한민국,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라는 귀에 익은 응원구호가 힘차게 울려퍼졌다. 경기장 입구는 탁구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력대로였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중인 한국 여자대표팀(세계 5위)이 만리장성 중국(1위)에 막혀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특설경기장인 초피홀에서 계속된 대회 6일째 여자단체전 8강전(5단식, 5전3선승제).

4천여 관중석을 거의 채운 가운데, 오광헌 감독의 한국 여자팀은 중국에 매치스코어 0-3으로 완패를 당하며 동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4강 진출 뒤 결승에 오르지 못한 팀은 공동 동메달을 수상한다.

한국 여자팀은 이날 1단식에서 예상 밖으로 세계랭킹 44위 이시온(27·삼성생명)이 출격해 중국의 에이스이자 1위 쑨잉샤(23)와 맞서 0-3(1-11, 5-11, 1-11)으로 지고 말았다.

둘의 국제대회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시온은 심적 부담감 때문인지 첫 게임 초반부터 실수를 연발하며 0-8로까지 뒤지더니 결국 1-11로 내줬다. 이어 두번째 게임도 0-5로 열세를 보이더니 3-5로 따라붙는가 싶더니 끝내 5-11로 내줬다.

관중석에서는 “실력차가 너무 난다. 게임이 안된다”는 푸념이 나왔다. 애초 이번 대회 3장으로 출전했던 이시온은 3게임에서도 1-11로 무너지고 말았다.

쑨잉샤는 무기력해보이는 이시온을 맞아 안정적이고 때론 폭발적인 스매시로 마음 먹은대로 몰아붙이며 낙승을 거뒀다. 앞서 그는 국제대회에서 신유빈에 6전 전승, 전지희에 5전 전승을 거둔 바 있다.

2단식에서는 세계 21위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가 3위 첸멍(30)과 맞서 0-3(5-11, 7-11, 9-11)으로 졌다.

전지희는 첫 게임에서 0-3, 2-9, 4-10 등으로 시종 열세를 보이며 5-11로 졌다. 그러나 막판에는 팽팽한 랠리를 펼치며 첸멍을 멍하게 만들기도 했다.

두번째 게임에서 전지희는 1-2, 2-2, 2-3, 3-5, 6-7, 6-9로 한번도 리드를 잡지 못했으나 빠른 리턴 플레이로 첸멍을 괴롭혔다. 결국 7-11 석패.

전지희는 3번째 게임에서는 3-0, 4-2 , 5-3, 6-4, 7-5, 8-7 등으로 앞서다 8-8이 됐고, 빠른 백푸시로 포인트를 잡으며 9-8로 앞섰다. 그러나 다시 9-9. 이어 스매시가 네트 맞고 나가며 9-10으로 몰렸고 결국 9-11로 게임을 내주고 말았다.

3단식에서는 세계 8위 신유빈(19·대한항공)이 2위 왕이디(27)와 격돌해 역시 0-3(5-11, 3-11, 10-12)으로 지고 말았다.

신유빈은 첫 게임에서 2-4, 3-5, 4-9로 밀리더니 5-11로 졌다. 경기 중간 “삐약이 파이팅”이라는 응원구호가 나왔으나, 신유빈은 세계 2위의 기량에 밀렸다.

2게임에서도 신유빈은 왕이디의 견고한 플레이에 힘을 쓰지 못하고 3-11로 무너졌다. 3게임도 5-7 등으로 시종 밀리다 9-8, 10-9로 앞서기도 했으나 듀스 끝에 결국 10-1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 여자팀은 전날 16강전에서 브라질을 3-1로 누르고 2024 파리올림픽 여자단체전 출전티켓을 거머쥐는 성과에 만족해야 했다.

중국 여자대표팀은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6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이미 5회 연속 연속(2012, 2014, 2016, 2018, 2022년) 정상에 오른 바 있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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