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웬만한 드라마나 영화를 능가하는 캐스팅이다. 탕웨이, 양조위부터 최민식까지 톱스타들을 내세운 고퀄리티의 뮤직비디오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걸 공짜로 봐도 돼?’라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영화 ‘색계’(2007), ‘헤어질 결심’(2022)으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중화권 배우 탕웨이는 20일 발매된 아이유의 새 미니앨범 ‘더 위닝’의 수록곡 ‘쉬…’(Shh…)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23일 풀버전 공개에 앞서 13일 공개된 30초가량의 티저 영상은 조회수 100만 뷰를 앞뒀다. 거친 단발 스타일의 아이유와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탕웨이 비주얼이 대비를 이룬다.

탕웨이의 뮤직비디오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탕웨이는 “아티스트 아이유에 대한 애정”을 출연 이유라고 밝히며 “아이유의 재능, 성격, 노래 모두를 좋아한다. 아이유와 함께해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에는 영화 ‘중경삼림’, ‘화양연화’, ‘해피투게더’의 주인공 양조위가 뉴진스의 미니 2집 ‘겟 업’의 트리플 타이틀곡 중 하나인 ‘쿨 위드 유’ 뮤직비디오에 깜짝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세계적인 스타인 양조위가 데뷔한 지 채 1년이 안 된 K팝 걸그룹의 뮤직비디오에 10여초 정도 짧은 분량으로 출연한 건 이례적인 행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는 마치 영화같은 영상미로 큰 관심을 받았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으로 스타덤에 오른 정호연도 힘을 보탰다.

지난 15일 첫 솔로앨범을 발표한 가수 겸 연기자 차은우의 신곡 뮤직비디오에는 할리우드 톱스타 올리비아 핫세의 딸인 인디아 아이슬리가 출연했다. 현재 배우로도 활동 중인 아이슬리는 극중 차은우와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열애설이 불거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국내 톱스타들의 뮤직비디오 출연도 증가하는 추세다. 배우 현빈과 유연석은 22일 발매된 가수 김범수의 신곡 ‘그대의 세계’와 ‘여행’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현빈은 2022년 손예진과 결혼할 때 축가를 불러준 김범수와 의리를 지키기 위해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평소 김범수의 팬이었던 유연석은 타이틀곡 ‘여행’의 뮤직비디오 출연을 흔쾌히 수락했다고 알려졌다.

두 배우의 섬세한 감정연기가 김범수의 독보적인 보컬과 시너지를 내며 한 편의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를 탄생시켰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민배우 최민식이 가수 자이언티의 정규 3집 타이틀곡 ‘모르는 사람’ 뮤직비디오에 주인공으로 나서기도 했다. 데뷔 32년만에 첫 뮤직비디오 출연이다.

특별한 대사 없이 최민식 혼자 3분가량 다양한 감정을 분출하는 해당 뮤직비디오에 누리꾼들은 “3분짜리 영화를 보는 거 같다”, “‘올드보이’ 속 최민식이 생각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외에도 헤이즈가 2021년 발매한 ‘헤픈 우연’ 뮤직비디오에는 송중기가 출연해 큰 화제를 모았고 2023년 12월 선보인 ‘입술’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이진욱이 출연해 애절한 감정 연기를 펼쳤다.

유명 배우들의 뮤직비디오 출연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기존의 작품 속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또 다른 매력을 뮤직비디오를 통해 선보이며 신선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K팝과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지금, 아티스트는 스타 배우들의 출연을 통해 신곡 홍보에 박차를 가할 수 있고, 배우들 역시 뮤직비디오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젊은 팬층도 끌어안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배우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K팝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배우들 역시 뮤직비디오 출연에 굉장히 열린 분위기”라며 “타이틀곡이 아니더라도 자신과 색깔이 잘 맞고 배우로서 이미지를 환기할 수 있는 곡이라면 뮤직비디오 촬영에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가 유행했을 때도 이병헌, 신하균 등 톱배우들이 출연하곤 했다”며 “최근에는 해외 유명 배우들을 섭외하거나 무게감 있는 배우를 뮤직비디오에 출연시킴으로써 상대적으로 약했던 중장년층의 관심도 끌고 대중성까지도 넘볼 수 있는 시도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