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민규기자]“e스포츠는 스포츠다.”

5년이 걸렸다. 5년 전, 국정감사 당시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닌 게임”이라고 했던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e스포츠를 스포츠라고 공식 인정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종목 시상식에 참석해 직접 우리 선수들에게 금메달을 걸어준 이 한 장면이 모든 것을 말해준 셈이다.

이기흥 회장은 8일 중국 항저우의 한 호텔에 자리한 대한체육회 스포츠 외교라운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산 기자회견에서 e스포츠를 스포츠라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도 e스포츠를 관장하는 위원회를 만들었다”며 “우리 대한체육회 국제본부장도 여기 위원회 멤버다. 앞으로 이건 트렌드이기 때문에 전체 흐름이 그렇게 가고 있다. 이미 e스포츠연맹 세 곳이 세계연맹에 가입하기 위해 조직화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언젠가 통합은 되겠지만 멘탈 스포츠가 그렇게 갈 것이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e스포츠, 브레이크댄스, 스케이트보드 등 젊은 세대들의 스포츠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국제 업무를 강화해 해외의 좋은 사례를 조사하고 전문 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지금부터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윤 한국선수단장은 “e스포츠는 비인지 종목이 아니다. 직접 e스포츠를 보고 놀랐다”며 “우리 애들한테 게임하지 말라고 못 하겠다(웃음)”고 활짝 웃었다. 이어 “그만큼 인상 깊었다. 나한테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감동이었다. 정말 행복했다. 국민들도 주목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것 중 하나는 첫 정식종목이 된 e스포츠에서 드높인 한국의 위상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e스포츠를 ‘국제대회에 무슨 게임이 들어가나’라고 폄하한다. 스포츠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도 꽤 많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 e스포츠가 이들이 틀렸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줬다. 대회 e스포츠 일곱 개의 세부종목 중 네 종목에 출전한 태극전사를 ‘금2, 은1, 동1’을 수확하며 전 종목 메달을 획득했다. 여기에 FC 온라인 곽준혁의 ‘패배를 수긍한 아름다운 포옹’ ‘44살 김관우의 한국선수단 최고령 금메달’ ‘LoL 대표팀의 中함대 침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대표팀의 성장과 값진 은메달’ 등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줬다.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네 전설이자, 이번 대회 최고의 인기스타였던 ‘페이커’ 이상혁이 밝힌 e스포츠의 진정성이 다시금 떠오른다.

“스포츠는 몸을 움직여서 하는 것이라는 관념이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경기를 하고, 준비를 하는 과정이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경쟁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면, 이것이야말로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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