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샤오싱=김동영기자] 대표팀 ‘맏형’인데 선수들을 불러놓고 자신의 부진을 사과했다. ‘셀프 혹사’도 감수하겠단다. 그만큼 금메달 하나만 보고 있다. 간절하다. 박세웅(28)이 칼을 갈고 있다.

박세웅은 5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의 샤오싱 야구·소프트볼 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1차전 일본과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뽐냈다. 투구수 87개로 효율성까지 갖췄다.

박세웅을 앞세운 한국은 일본은 2-0으로 잡았다. 박세웅 뒤에 최지민(1이닝 무실점)-박영현(2이닝 무실점)이 단단하게 버텼다. 타선에서는 노시환이 홀로 2타점을 생산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한국은 슈퍼라운드 전적 1승 1패가 됐다. 조별 라운드에서 대만에 당한 1패가 그대로 적용된다. 일본은 슈퍼라운드 2패다. 조별 라운드에서 중국에 지며 1패를 안고 왔고, 이날 한국에 졌다.

5일 중국전을 이기면 결승에 갈 확률이 높다. 결승에서는 대만을 만날 전망이다. 복수의 장이 열린다. 이기면 금메달이다.

결국 박세웅의 힘이 컸다. 일본과 팽팽한 투수전이 진행된 상황. 무실점으로 버텼다. 1회초 1사 1,3루를 무실점으로 넘겼고, 5회초에는 1사 2루를 실점 없이 끝냈다. 박세웅은 마음껏 포효했다.

경기 후 만난 박세웅은 “이제 2승 남았다. 남은 2승 다 해서 (금메달 따고)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내가 오늘 던져서 승리까지 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남은 경기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그아웃에서도 어린 선수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그런 선배가 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사실 부담스러울 뻔했다. 대만전에 불펜으로 나서 0.2이닝을 던졌다. 만루를 만들어놓고 내려왔고, 최지민이 위기를 넘겼다. 팀도 패했다. 이틀을 쉬고 다시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박세웅은 “(나)균안이와 룸메이트인데 우스갯소리로 ‘WBC 때도 중요한 체코전에 나가고, 이번에도 중요한 상황에서 또 나가게 됐다. 자꾸 이렇다’고 했다”며 웃었다.

이어 “그러나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라고 뽑아주신 거다. 그런 역할을 맡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던졌다. 내 몫을 했다는 점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1회 위기를 넘긴 후 크게 환호했다. 자칫 출발이 꼬일 뻔했는데, 잘 넘겼다. 경기를 지켜본 롯데 이종운 감독대행은 “그렇게 세리머니하는 것은 처음 봤다. 정말 모든 혼을 담아서 던졌다”고 평가했다.

박세웅은 “1회가 제일 큰 위기였던 것 같다. 볼넷을 주고, 안타를 맞아서 1,3루에 몰렸다. 최소한의 실점만 하자는 마음으로 던졌다.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치면서 큰 액션이 나왔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운드가 아니라 더그아웃에서도 열심히 힘을 보탰다. “내가 힘을 주고, 파이팅을 외친다고 무조건 점수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작은 기들이 모여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계속 이어갔으면 한다”고 짚었다.

잠시 대만전을 돌아봤다. 문동주가 4이닝 2실점을 기록한 후 5회 올라왔다. 낯선 불펜 등판. 안타-몸에 맞는 공-볼넷을 주면서 2사 만루에 몰렸다. 최지민이 등판해 위기를 넘겼다.

실점은 없었지만, 미안함이 컸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사과했다. “그 이닝(5회)을 마치고 잠시 미팅을 했다. ‘맏형으로서 책임지고 내려왔어야 했다. 뒤에 올라간 투수들이나 수비해준 야수 동생들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이제 하나가 되어 또 경기를 해야 한다. 처지지 말고, 계속 해보자’고 했다.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그래서 오늘 경기에서 꼭 만회하고 싶었다. 더 준비를 잘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2경기가 남은 상황. 6일과 7일 경기가 이어진다. 박세웅이 다시 마운드에 오를 일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셀프 혹사’도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아시안게임은 아마 대회다. 나도 아마 시절이 있었다. 고교 시절에는 등판하고, 다음날 다시 던지고 그랬다. 팀이 이길 수만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상황에 맞게 투구에 임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이번 대표팀 큰형이다. 대회 전 “가족 같은 마음을 가지고 동생이 힘들면 형이 도와주고, 형이 힘들면 동생이 도와줄 수 있는 대표팀이 됐으면 한다. 분위기 처지지 않게, 계속 위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더그아웃에서 파이팅을 불어 넣는다. 마운드에서는 강력함을 뽐냈다. 박세웅이 있어 조별라운드 대만전 패배를 딛고, 다시 결승을 바라보게 됐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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