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여주=장강훈기자] “날아다녔어요. 소율이 안고 기념사진 찍고 싶어요.”

‘입담꾼’ 함정우(29·하나금융그룹)가 역대급 난코스에서 60대 타수를 적었다. 함정우는 5일 경기도 여주에 있는 페럼클럽 동·서코스(파72·7232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억5000만원) 첫날 버디6개와 보기1개를 바꿔 5언더파 67타를 쳤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함정우는 “오늘 완전 날아다녔다. 나 자신이 사랑스럽다”며 밝게 웃었다. 페어웨이 최대 폭이 25m에 불과하고, 러프는 100㎜에 이른다. 그린은 딱딱한데다 빨라(이날 기준 3.4스팀프미터) 언더파 스코어를 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달 24일 치른 iMBank 오픈에서 우승한 허인회는 “러프가 길고 질겨서 웨지로 세게 쳐도 (볼이) 안날아간다. 나와 맞지 않는 코스”라고 혀를 내둘렀다. “프로대회다운 세팅은 변별력이 있어야 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낸 호스트 최경주(53·SK텔레콤) 역시 “한국도 이런 코스 세팅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밝혔을만큼 난도 높게 설정했다.

함정우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거리 손실이 있는데다 시각적으로 (러프가 길어서) 페어웨이가 되게 좁아 보인다. 티샷할 때부터 ‘러프에 빠지면 안된다’는 생각만 했다. 버디 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파만하자는 각오로 한홀씩 치렀더니 5타나 줄였다. 오늘 스코어를 대회 끝까지 유지하고 싶다”며 웃었다.

전날 내린 비로 그린이 살짝 부드러워진 측면이 있다. 때문에 해가 뜨고, 그린에 물기가 마르고, 선수들이 계속 밟아대면 그린 더 딱딱해지고 빨라진다. 러프를 따로 손질하지는 않을 전망이어서, 코스 난도는 더 높아진다. 5언더파로 우승할 수도 있다는 게 함정우의 생각. 그는 “코스는 어렵고, 전장은 길고, 날씨는 추워서 정말 힘들었다. 티샷할 때 긴장한 덕분에 페어웨이를 잘 지켰고, 그린 키핑도 잘된 하루”라며 “일단 컷 통과를 목표로 내일까지 힘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1년 이 대회 우승 이후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우승 열망이 클 수밖에 없다. 그는 “추석에 가족을 만났더니 ‘너는 뒷심이 없어서 우승 못하는 거냐’라고 묻더라. 원인을 알았다면 수정했을텐데, 실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아이언 샷을 조금 더 예리하게 가다듬고 싶다. 3, 4라운드에서는 퍼팅도 자꾸 흔들리니까 이 부분도 보완하고 싶다”고 각오했다.

실력이 부족하다고 자세를 낮췄지만 우승 열망은 강하다. 그는 “평균타수 1위이고 20연속대회 컷통과했다. 두 가지 기록은 계속 이어가고 싶다”며 “꾸준히 컷통과하고 평균타수 1위를 지키면 우승도 가까이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귀가 잦으면…”이라며 웃었다.

우승 열망이 강해진 배경은 또 있다. 허인회가 지난달 24일 우승 후 아들을 번쩍 들어올린데 이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박주영(33·동부건설)도 생애 첫 우승 기쁨을 아들과 함께 나눴다.

함정우도 올해 초 첫딸을 얻어 아버지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아내도 선수여서 육아 부담을 내게 지우지 않으려고 애쓴다. 우승하고 아이와 기념촬영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부럽더라. 나도 소율이와 함께 우승 사진 찍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난코스 정복에 나선 함정우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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