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민규기자]“후배들의 우승 저력에 큰 의미가 있다.”

겉으로 내색은 않았지만 우리네 전설 ‘페이커’ 이상혁은 누구보다 결승무대에 올라 금빛여정을 끝내고 싶었을 것이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의 결승전 패배를 씻어내고자 하는 간절함이 컸을 거란 의미다. 그러나 감기란 불청객에 시달리며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았다. 코로나 검사결과, 음성판정이 나온 것은 천만다행이다. 이상혁은 약으로라도 이겨내려 했지만 결승전 출전에는 닿지 못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 종목에서 한국대표팀이 모든 경기를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거침없는 질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LoL 대표팀은 29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 열린 결승전에서 대만을 세트스코어 2-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e스포츠 LoL 종목 ‘초대 금메달’이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그런데 이날 결승전에서 이상혁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의 컨디션이 온전치 못하면서 사령탑 김정균 감독은 경기력이 올라온 ‘쵸비’ 정지훈을 준결승(중국)에 이어 결승에서도 선발로 앞세웠고 목표였던 금메달을 일궈냈다. 가장 먼저 대한민국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시상식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상혁은 “오늘 출전을 못했지만 그래도 팀으로서 금메달을 땄다는 게 내겐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며 “또한, 개인적으로 응원하면서 후배들의 경기를 뿌듯하게 봤다. 너무 잘했다”고 후배들의 활약을 칭찬했다.

아직 몸 상태가 온전치 못하다는 것이 그의 표정에서 느껴졌다. 홀로 마스크를 쓰고 경기장에 들어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더군다나 결승무대를 눈앞에 두고도 나서지 못하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그럼에도 그는 후배들의 저력을 치켜세우며, 김정균 감독의 라인업 판단이 정확했다며 의연한 모습이다.

이상혁은 “감기기운이 아직 남아있어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코로나 검사도 음성으로 나왔다. 그래도 약을 먹으면서 이겨내고 있는 것 같다”며 “개인으로선 결승전에 출전해서 우승을 했다면 가장 좋았을 것 같다. 그러나 팀으로서 내가 출전하지 않아도 우승할 수 있는 우리 팀원들의 저력이 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쵸비’ 정지훈이 굉장히 잘해줘서 우리가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우승을 차지했다”며 “선발 라인업에 대해선 감독님의 판단이 적중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LoL 한국대표팀은 이번 대회 조별예선부터 결승전까지 무실세트 전승 금메달을 이뤄냈다. 특히, 준결승에서 ‘숙적’ 중국마저 완벽히 침몰시키며 LoL 세계최강국임을 증명했다. 또한, 이상혁은 자신의 월드클래스 커리어에 딱 하나 없었던 금메달까지 적게 됐다. ‘골든 페이커’가 완성된 셈. 경기에 제대로 나서지 못했던 아쉬움 때문일까, 오는 2026년 나고야 대회 욕심도 생긴다.

그는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되면서 우리가 그 첫 발자취에 금메달을 한국으로 남기게 돼 기쁘다. 3년 후에 있을 다음 아시안게임에도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땐 꼭 나가서 좋은 경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다”고 아시안게임 2연패를 향한 의지도 드러냈다.

이제 이상혁의 시선은 5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대회 롤드컵을 향하고 있다. 지난해 롤드컵에서 준우승의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올해 목표는 당연히 우승.

그는 “그동안 아시안게임에만 전념하느라 롤드컵 생각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내가 많은 것을 얻었고, 그런 배움을 이번 롤드컵 때 좋은 모습으로 보여주겠다. 당연히 목표는 우승”이라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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