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민규기자]“전국 고수들이 도와준 덕분이다.”

관우의 용기만으론 불가능했다. 우리네 관우 옆에는 또 한명의 명장(名將)이 있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e스포츠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겨준 ‘스트리트파이터5’의 사령탑과 선수가 써내려간 금빛여정에 대한 얘기다.

한국 e스포츠대표팀의 맏형 김관우는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스트리트파이터5’ 종목 결승전에서 대만의 시앙 유린에 세트스코어 4-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1979년생, 올해 44살인 김관우는 e스포츠의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 후 한국에 첫 금메달은 안겨준데 더해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중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강성훈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그동안 훈련도 굉장히 어려웠는데 잘 버티면서 여기까지 왔다”며 “사실 처음에는 어떻게든 메달은 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금메달을 딸지는 예상 못했다. 선수들의 실력이 늘면서 욕심이 생겼고 결국 이렇게 좋은 성적을 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다. 다른 e스포츠 종목에서 전문 인력들이 와서 지원해주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그래도 첫 금메달을 안긴 종목은 ‘스트리트파이터5’다.

그는 이번 금빛여정을 ‘한국 스트리트파이터의 원기옥’이라고 정의했다. 국내 선수풀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전국의 고수들이 하나둘씩 모여 힘을 모아줬기 때문.

인터뷰 도중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 강 감독은 “‘스트리트파이터6’이 나오면서 아시안게임 종목인 ‘스트리트파이터5’를 훈련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다”며 “그런데 전국에서 ‘스트리트파이터5’를 좀 해봤다는 고수들이 연락을 받고 무조건적으로 도와줬다. 이들의 도움으로 대부분의 매치업을 연습하고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됐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나는 이들의 도움을 ‘한국 스트리트파이터 원기옥’이라고 표현한다. 사실 한국 스트리트파이터는 선수 풀이 넓지 않지만 작고 알차다”며 “또한, 깊진 않은데 굉장히 풍성한 고수들이 포진해 있다. 원기옥이 모여서 너무 좋은 성적이 나온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은 것은 김관우도 마찬가지다. 김관우는 “부르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던 이들도 선뜻 연습장소로 찾아와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며 “어떤 이들은 신작인 ‘스트리트파이터6’ 연습에 몰두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우리를 위해 ‘스트리트파이터5’를 함께 연습해줬다. 지방에 사는 이들은 온라인으로 도와주기도 했다. 이분들이 없었다면 나는 절대 금메달을 못 땄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km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