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민규기자]“눈이 빨간 거지, 정말 울지 않았어요.”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 했다. 붉어진 눈시울로 취재진을 만난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LoL)’ 국가대표팀 사령탑은 손사래까지 치며 울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 태극전사들이 중국을 침몰시킨 역사의 순간, 우는 게 무엇이 대수인가. 경기를 지켜본 모두를 열광시킨 완벽한 승리였기에 감독이라면 그 환희를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

한국 LoL 대표팀은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LoL 준결승에서 ‘숙적’ 중국을 세트스코어 2-0으로 격파하며 결승에 올랐다. 중국은 단 한 세트도 가져가지 못했다. 그야말로 ‘중국 침몰’이다. 이제 한국은 결승에 올라 29일 오후 7시(현지시간)대만, 베트남의 대결 승자와 금메달을 놓고 맞붙는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정균 감독은 “작년부터 국가대표 지휘봉을 맡아 준비해왔고, 대회가 연기되면서 너무 힘들었었는데 준결승에서 중국을 꺾어 정말 기쁘다”고 승리소감을 밝힌 뒤 “그래도 아직 대회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내일 우승하기 전까진 준비 잘할 것이다. 방심은 절대 금물”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어 “강팀을 꺾고 다음 경기 때 지는 경우가 한 번씩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담담히 얘기하던 그의 붉어진 눈시울이 눈에 띄었다. 그의 목소리도 조금 떨리는 듯 했다. 눈물을 흘렸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감독은 “아니에요. 진짜 눈물 흘린 것 아닙니다. 그냥 눈이 빨개서 그런 거다. 내일 울 겁니다. 내일 금메달 따고 울 것”이라고 강한 부정과 함께 눈물 공약을 내걸었다.

대만과 베트남 중 그가 예상하는 결승상대는 누구일까. 현재 기세라면 누가 올라오든지 우승할 것 같은 예감이다. 게다가 항저우로 오기 전 두 나라와 가진 평가전에서 각각 2-0으로 완승을 거둔 전력도 있다. 그래도 그는 방심은 금물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김 감독은 “대만이 올라오지 않을까 싶다. 정말이지 방심하면 안 되는 것이 이미 꺾어봤다고 생각할 때 항상 미끄러지더라. 그렇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정말 모든 연습은 다 해봤다”며 “내일 경기 방향성을 정하고 잘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나와 선수들의 목표는 금메달이기 때문에 무조건 우승해 금메달을 목에 걸 것”이라고 다짐했다.

응원해준 팬들에게 눈물 공약 말고 또 다른 우승공약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사실 아직 우승 공약은 없는 것 같다. 단, 내일 꼭 금메달을 따서 한국선수단을 응원해주는 모든 분이 꼭 웃을 수 있게 해주고 싶다.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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