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민규기자]“마지막을 금메달로 장식할 수 있어서 매우 행복합니다.”
근대5종 국가대표팀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금메달로 장식했다. 만감이 교차했다. 혹여나 후배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란 걱정과 더 많은 경험을 주고 싶은 마음 두 스푼, 체력적 부담 등을 고심한 끝에 ‘은퇴’를 결정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근대5종 대표팀 주장 정진화(34·LH)의 진심이다.
정진화는 24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근대5종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전은 최종 4위. 이번 단체전 금메달이 정진화의 생애 첫 AG 금메달이자, 마지막 금메달이 됐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정진화는 “나는 개인적으로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나려고 한다. 한 종목, 한 종목이 끝날 때마다 아무리 잘해도 후회는 남는데, 이번 대회에선 후회 남지 않는 경기를 하고 싶어서 최선을 다했다”며 “과정이 어쨌든 근대5종 대표팀 인생에서 마지막을 금메달로 장식할 수 있어 굉장히 행복하다”고 깜짝 은퇴를 발표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날 갑자기 나온 은퇴선언. 그는 담담하게 은퇴를 결정하게 된 이유와 진심을 얘기했다.

정진화는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됐다. 또 앞으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더 많은 경험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특히, 체력적인 부분에서 부담을 많이 느꼈다. 훈련할 때 나만 열외해서 운동을 빼주고 할 순 없는 것이다. 회복적인 부분에서도 후배들을 못 따라가다 보니 피해가 되고 해를 끼치는 느낌을 받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한국에 가서 좀 더 상의를 해봐야겠지만 대표팀은 올해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그만둔다고 얘기를 했다”며 “아쉽지만 이제 후배들을 밀어주는 선배로, 뒤에서 든든히 지켜주는 형으로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그의 모습에서 이형기 시인의 작품 ‘낙화’의 첫 구절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가 떠올랐다. 대한민국 근대5종 국가대표팀의 맏형으로, 주장으로서 끝까지 책임을 다한 정진화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정진화는 이번 대회 펜싱에서 13위로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승마와 수영을 치르면서 순위를 7계단 상승한 6위까지 끌어올렸다. 이때 1·2위는 각각 한국의 이지훈, 전웅태였고 3~5위는 중국 선수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6위로 마지막 레이저 런에 나선 정진화는 막판 힘을 발휘해 중국 선수들을 제치고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최종 4위(1477점)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 근대5종이 압도적인 실력 차로 중국을 넘어설 수 있었던 데는 맏형 정진화가 힘을 보탠 덕분이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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