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국내 명품시장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명품 소비가 점점 만연해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명품업계 마케팅은 오히려 이러한 상황을 역이용해, 매출올리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명품 업체들은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상품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실제 국내에선 명품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백화점 오픈런이나, 명품 매장 앞에서 긴 시간 대기하는 소비자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식을 줄 모르는 국내 소비자들의 명품 사랑은 명품의 본고장이라 일컫는 프랑스 파리를 제치고, 세계에서 명품 브랜드 매장이 가장 많은 도시 2위에 올랐다. 이에 명품 업계는 한국에서만 유독 가격을 인상하며, 매출 올리기에 팔을 걷어 붙인 상황이다.
지난 5월 샤넬은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샤넬은 5월부터 대표 제품인 클래식 플랩백 등의 가격을 5∼6% 올렸으며, 지갑류와 신발류 일부 제품 가격도 인상했다. 샤넬은 매년 3∼4차례씩 제품 가격을 올려왔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개의치 않고 오픈런을 감행해서라도 샤넬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또 지난 6월에는 루이비통이 일부 가방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배우 김희애가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들고 나오며 유명세를 치르게 된 카퓌신MM의 가격은 984만원에서 7.2% 인상되며 1055만원을 넘기게 됐다.

계속되는 가격 인상에도 불구 국내 소비자들의 명품 수요가 여전하자, 지난 9일 디올은 결국 하반기 가격 인상에도 신호탄을 쐈다. 디올의 경우 주요 제품 가격을 50만~100만원 가량 올렸다. 이에 인기 제품인 레이디백 라지사이즈는 880만원에서 1000만원에 육박하는 960만원으로 9.1% 상승했다.
디올의 가감 없는 가격 인상 단행에 타 명품 브랜드들도 일제히 하반기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더현대서울은 루이비통 매장까지 입점시키며 국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더현대서울은 이미 디올, 구찌, 프라다, 지방시 등 명품 브랜드들을 대거 소유하며 개점 1년 만에 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번 루이비통 입점으로 연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명품 업체들의 이러한 행보는 국내 상황에만 국한된 것으로 조사됐다. 명품 업체들이 국내에서 가격 인상을 가감 없이 단행하고 백화점, 면세업체에 명품 매장을 계속해서 입점시키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중국 내에서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명품 업체들의 중국 내 지역별 상이한 가격 적용과 애국 소비 트렌드 등이 맞물려, 소비가 부진한 상황이다. 북미 이외에 중국 시장의 매출 성장에 크게 의존해왔던 명품 기업은 중국 내에서 매출 전망치를 낮춰 잡아야 할 처지가 됐다.
결국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명품 기업들은 중국에서의 가격을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샤넬은 이미 지난 3월에 주요 제품 가격을 20% 인하했다. 이처럼 각 명품 업체들이 중국 눈치 보기에는 한창이지만, 한국에서는 가격을 1년 동안 여러 차례 인상 중에 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명품 가격 상승세에 소비자들은 오히려 ‘오늘이 제일 싸다’라는 인식까지 더해졌다”며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구매하려는 소비자들까지 보이고 있어 현명한 구매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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