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한국은 최근 보더리스(Borderless, 국경 없는) 세대를 중심으로 일본 원조 간식 열풍이 한창이다. 과거에 비해 일본에 가지 않아도 이러한 음식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본 내 저렴한 간식들이 한국에선 고급 간식으로 변모돼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무더운 여름을 맞아 신상 여름 음료가 속속히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물 건너온 ‘메론 소다’는 진한 초록 음료 위에 하얀 아이스크림 한 스쿠프와 체리가 올라가 인기다. 이 음료는 국내에서 약 5000~7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일본 현지 맥도날드에서 판매하는 메론소다 가격은 300엔, 원화 약 2600원이다. 국내 판매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는 메론소다와 같이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애니메이션 속 등장했던 일본 원조 간식들을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보더리스 세대 사이에서 이자카야, 오뎅바, 일본식 구옥 개조 카페 등이 유행하면서 국내에서도 자연스레 일본 식음료 문화를 접하게 된 모양새다.
일본에 가지 않아도 쉽게 먹을 수 있게 된 건 반가운 소식이지만 문제는 일본 현지서 100엔 전후의 가격인 간식들이 우리나라에선 평균 3000원 이상의 금액으로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소금빵, 가츠산도, 당고, 메론소다 등 일본 현지서 저렴한 간식들이 한국의 음식점·카페에선 2~3배 인상된 가격이다. 심지어 최근엔 엔저 현상으로 100엔은 약 800원 정도. 엔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졌음에도 불구, 한국에서 일본 간식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에서 인상된 가격으로 판매되는 일본 원조 간식엔 다양한 종류가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소금빵이다. 소금빵은 일본 야와타하마시의 ‘빵메종’이란 곳에서 개발되었으며 가격은 일본 현지 가격으로 약 77엔, 원화로 770원 정도다.
소금빵은 어시장 상인들의 육체노동으로 인한 염분을 보충할 수 있는 간단한 간식으로 인기였다. 이 소금빵은 곧 일본에서 ‘시오빵’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열도를 강타했다.
이후 2021년, 일본 시오빵은 한국에서 소금빵이라는 이름으로 약 2000~4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770원에 판매되던 소금빵은 3배 이상이 오른 가격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를 구매하기 위해 오픈런까지 하고 있다.
가츠산도 또한 일본 원조 간식으로 손꼽힌다. 실제 일본 도쿄에 있는 긴자 가츠산도의 현지 가격은 1100엔, 우리나라 원화로 9900원이다. 일본 현지 로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가츠산도 가격은 238엔, 우리나라 원화로 2000원 정도다. 반면 한국의 가츠산도 맛집이라 불리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 음식점의 가츠산도 가격은 16000원이다.
2배가 인상된 가격으로 판매되는 간식은 당고 또한 다르지 않다. 일본의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저렴한 간식 중 하나인 당고는 곡물가루를 물로 반죽해서 뭉친 뒤 찌거나 삶은 것이다. 당고는 보통 3개에 116~200엔 정도이며 원화로 1000원~1500원이지만, 서울 홍대에 위치한 당고 맛집의 평균 가격은 3500~5000원 정도다.
전통 간식은 저렴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수입 상품은 다소 비싼 감이 있어도 대중들에게 거부감이 없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2~3년 전만 하더라도 외국에 가야만 먹었던 걸 국내에서 먹을 수 있게 됐으니 비싼 가격에도 불구 거리낌 없이 값을 지불하고 먹었다”라며 “그러나 이제는 일본 원조 간식들이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공급이 확대되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공급이 확대된 만큼 가격도 인하되어야 마땅한데 SNS 열풍, 유행 소비 심리 등으로 처음 형성되었던 가격이 쉽게 내려가고 있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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