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배우는 관객 없이 연기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은 시간이었어요.”
지옥같은 2년의 시간을 버틴 김선호의 얼굴에는 긴장과 초조함이 역력했다. 그는 영화 ‘신세계’, ‘마녀’ 시리즈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 ‘귀공자’를 통해 데뷔 14년만에 처음으로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다.
서글서글하고 훈훈한 외모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주인공을 주로 연기했던 그는 이 작품에서 필리핀 혼혈 복싱선수 마르코(강태주 분)의 뒤를 쫓는 의문의 프로킬러 귀공자로 분했다.
해사한 외모에 말쑥한 수트핏과 달리 총칼을 휘두를 때마다 눈빛에 광기가 넘쳐흐르는 ‘맑은 눈의 광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연기변신 외에도 ‘귀공자’는 김선호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2021년 사생활로 구설수에 오른 뒤 첫 복귀작이기 때문이다.
믿음 준 박훈정 감독과 팬들, 배우·사람·작품 일원으로 최선 다하고파



2021년 인기리에 방송된 tvN ‘갯마을 차차차’ 종영 당시 불거진 사생활 논란은 김선호에게 악몽 그 자체였다. 대학로 무대에서 출발, 데뷔 12년만에 막 정상을 밟으려고 할 무렵 나락으로 떨어졌다. 모든 언론이 그의 추문을 보도했고 각종 CF 및 출연하려던 작품에서 ‘손절’ 당했다.
박훈정 감독은 당시 유일하게 김선호를 고집했던 감독이다. 박 감독은 앞서 ‘귀공자’ 제작보고회 때 “나라고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김선호 외에 대안이 없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감독님과 배급사인 NEW 대표님과 함께 만나는 자리였어요. 이미 저 때문에 제작이 지연돼 손해를 많이 본 상황이었죠. 두분께서 ‘같이 할래?’라고 여쭤보셨을 때 저도 두 번 생각 안 하고 ‘네’라고 답했어요. 더 이상 주변 분들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았죠.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작품의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어요.”
데뷔 시절부터 2년 여 공백기까지 한결같이 기다려준 팬들은 김선호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귀공자’ 일반 시사회 때도 일부 지방 팬들이 직접 찾아와 김선호를 응원하고 가기도 했다.
“송구했어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배우는 관객없이 연기할 수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죠. 작은 사람을 크게, 큰 사람을 작게 만드는 게 관객이거든요. 시사회 날도 스크린에 비친 연기가 어떻게 보일지 걱정했는데 응원과 박수를 보내 준 팬들 덕분에 잠시나마 걱정을 잊었어요. 심적으로, 연기적으로 저를 바로 서게 해줄 수 있는 분들이죠.”
‘킹스맨’같은 수트핏에 ‘터미네이터’처럼 뛰다 바지 찢어지기도


마음고생이 심했던 만큼 연기에도 진심이었다. 김선호가 연기한 귀공자는 영화 말미까지 전사(前史)를 짐작조차 하기 힘든 프로킬러다.
흡사 영화 ‘킹스맨: 시크릿에이전트’(2015)의 베테랑 요원 해리 하트(콜린 퍼스 분)처럼 세련된 수트를 입은 채 거침없이 총칼을 휘두른다. 목표물을 잡기 위해 무릎을 90도로 굽힌 채 뛰는 모습은 영화 ‘터미네이터’의 킬러로봇 T-1000 못지 않다. 지붕에서 지붕으로 거침없이 뛰어내리는 모습은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을 연상케 한다.
실상 김선호는 귀공자를 연기하기 위해 박 감독이 제안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범죄 고전영화 ‘시계태엽오렌지’(1971)의 주인공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높은 폭력성 때문에 한국 및 일부 국가에서 상영 금지 처분까지 받은 작품이다.
김선호는 “영화 속 주인공은 나쁜 짓을 즐기고 잘 웃는다. 기존 영화·유튜브의 욕설 영상들을 찾아보기도 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 결과 피칠갑을 해도 조커같은 미소와 여유를 잃지 않는 ‘귀공자’가 탄생했다.
뛰는 연기 중에 바지 하나를 찢기도 했다. 고소공포증에도 불구하고 직접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다. 김선호는 “현장에 스턴트맨이 상주하고 있지만 결국엔 대부분의 액션 연기를 내가 소화했다”고 털어놓았다.
논산훈련소 조교로 복무한 덕분에 총기 액션에도 진심이었다. 그는 “논산에서 장총을 사용해서 극중에서도 장총을 쓰면 더 멋있는 액션을 보여드렸을 텐데 권총 액션이라 좀 아쉬웠다”라고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마음 고생, 몸 고생 끝에 ‘귀공자’는 21일 개봉해 관객의 심판을 받는다. 그는 “지난 2년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라며 “‘귀공자’는 배우 김선호가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배우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해준 작품”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김선호는 차기작으로 박훈정 감독의 신작 ‘폭군’ 촬영을 마쳤고, 김지운 감독의 드라마 ‘망내인’을 촬영하며 활동을 이어간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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