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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커’ 이상혁이 지난 22일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에 위치한 IVEX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2 LCK 어워드’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박경호 기자 park5544@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민규기자]

“약속을 지킬 수 있어 영광입니다.”

짧은 대화였고 약속이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T1을 넘어 LCK를 대표하는 우리네 프랜차이즈 스타 ‘페이커’ 이상혁의 얘기다. ‘혹여나 부담이 된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지만 우연한 만남에서 나눈 인사가 월드클래스다운 그의 인성을 대변하며 벅찬 감동마저 안겨줬다.

이상혁과의 짧은 만남의 시작은 지난달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결승전이 끝난 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순간으로 돌아간다. 비행기에 탑승해 짐을 올리고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뒷좌석에서 누군가 짧은 목례로 인사했다. ‘아는 사람인가?’라는 의문에 고개를 들어 확인하니, 목례를 한 이는 다름 아닌 ‘페이커’ 이상혁이었다.

취재현장에서 마주쳤던 기억 때문인지 나를 알아본 이상혁이 가볍게 인사를 한 것이다. 사실 반가움보다 놀라움이 컸다. 전혀 예상치 못한 그가 앉아 있었기 때문. 선수들은 일반석이 아닌 비즈니스 좌석에 앉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뒤늦게 알게 됐지만 당시 T1 선수단은 비즈니스 좌석을 구하지 못해 일반석을 타고 귀국하게 됐다.

참말로 기막힌 우연이었다. ‘페이커’ 이상혁이 비행기 뒷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네며 컨디션이나 심정 등에 대해 짧게 대화를 나눴다. 더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전날 롤드컵 결승전을 치렀기에 질문을 자제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12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동안 간간이 눈인사만 주고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인천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헤어지며 이상혁에게 “나와 가장 먼저 인터뷰를 하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고 그는 “네”라고 짧게 확답했다. 그렇게 기약 없는 인터뷰 약속을 했고, 이상혁은 지난 22일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에 위치한 IVEX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2 LCK 어워드’에서 그 약속을 지켰다. 롤드컵과 스토브리그가 끝난 후 이상혁의 첫 공식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만난 이상혁에게 “비행기에서의 약속을 지켜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고 그는 내게 “(스포츠서울과의)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영광이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사실 바쁜 연습과 일정에 약속을 잊고 지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곧 2023년 스프링 스플릿 개최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에 맞춰 공식 인터뷰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영광”이라는 대답은 이상혁의 월드클래스 인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비록 길지 않은 인터뷰였지만 이상혁이 일부러 약속을 지켰다는 데 울림이 컸다. 왜 그가 ‘LoL의 전설’이라 불리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월드클래스 인성을 보여준 이상혁과의 진정성 있는 인터뷰는 스포츠서울 송년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민규의 이시각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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