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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하는 LG선수들. 제공|LG구단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전염병이라는게 벽이 없다. 튼튼한 벽을 세우고 꼼꼼하게 틈을 메워도 뚫고 들어온다. 이미 사스와 메르스 때 경험했다. 하지만 문명사회를 이룬 사회의 장점은 실수를 줄여나가는데 있다. 우리나라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자 중국 후베이성 방문자를 초기에 입국 금지했다. 그외 중국 유학생은 2주간 자가격리로 혹시 모를 전염을 막았다.

그 결과 인천 지역을 비롯해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내 지역엔 통제가능한 한자릿수 확진자 수치에 머물고 있다. 여기엔 중국 자체에서 후베이성을 강력 봉쇄하며 감염자 유출을 막은 이유도 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둑이 터졌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발화점이 되어 대구 경북 지역에 8일 현재 6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국내 총 확진자의 9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때 다시 한 번 우리의 저력이 드러나고 있다. 유사 전염사태를 대비해 시뮬레이션까지 돌리며 준비했던 질병관리 본부를 중심으로 의료인, 소방관, 공무원, 군인, 자원봉사자 등이 거세진 화마와 전력대응하고 있다. 하루 1만명을 검사하는 능력을 기반으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코로나19 선별진료소까지 만들었다. 세계가 경이롭게 주목하는 지점이다.

감염병의 세계적 권위자들은 “한국에서 확진자가 빠르게 그리고 많이 나온 건 방역당국의 진단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놀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백신이 없는 전염병을 막기 위해선 확진자를 명확히 밝혀 주변인까지 전수검사하고 이동 경로를 방역하는 방법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국내 140여개의 마스크 제조업체도 밤낮없이 일하며 매일 1000만개 이상의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국민 모두가 마스크를 원하는 상황이라 1000만개도 태부족이지만, 세계 최다 생산량임엔 틀림없다.

[포토] 스프링캠프 마치고 돌아온 오승환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한 삼성 라이온즈의 오승환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0. 3. 8. 인천국제공항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코로나19의 영향권 밖에 있던 각 구단이 해외 전지훈련을 마치고 속속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KIA(플로리다), 롯데(애들레이드)처럼 캠프 기간을 연장한 팀도 있지만 3월 중순엔 귀국하는 일정이다. 즐거움 마음보다 긴장감이 감도는 귀국길이다. 국내 프로스포츠의 대장격인 프로야구는 코로나19 여파로 시범경기 50경기를 전면 취소했다. 10일엔 비상 이사회(사장단회의)가 열려 정규시즌 720경기의 연기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KBO는 매주 실행위와 이사회를 열어 유연하게 대처하기로 한 상태다.

각 구단은 귀국 절차를 밟고 있지만, 전세계가 코로나19에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상황도 심각하다. 각 구단은 야구가 아닌 다른 문제와 직면할 수밖에 없다. 시범경기 일정이 취소됐기에 자체 청백전 위주로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학생은 방학이 길어지고 직장인은 재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프로 선수들은 전훈으로 끌어올린 몸을 놓아둘 수 없다. 몇몇 수도권 팀은 평가전을 논의했지만, KBO는 자제를 권고했다. 최소한의 위험성이라도 줄이겠다는 의지다.

만약 프로야구 선수나 관계자 중에 단 1명이라도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해당 구단은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 14일간 격리를 통해 감염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그 파장은 해당 구단에만 미치지 않는다. 사례가 있다. 남자프로농구(KBL)는 현재 리그 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KCC 선수단이 머문 호텔에 확진자가 다녀간 이유로 KBL은 전체 리그를 중단시켰다. 코로나19의 사망률은 1% 남짓이지만, 전국민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조치를 결정한 것이다.

프로야구도 새로운 복병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다. 각 구단이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복귀하는 상황에서 KBO도 KBL의 결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비상 실행위(단장회의)와 이사회는 매주 선수와 팬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결정을 도출할 것이다. 각 구단도 ‘플레이볼’이라는 외침이 그라운드에서 울려퍼질 때까지 단 1명의 확진자가 나오지 않도록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프로구단의 그물망 방역 수비를 보여줄 시점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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