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영
이배영 감독은 서울 종로구청여자역도팀을 지도하며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또한 지난 7월부터 대한역도연맹 이사로 재직하며 역도의 저변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제공 | 이배영 감독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국제대회에서 국위 선양에 앞장섰던 한국 역도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과 정책적 외면 속에 빛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쓰러져가는 한국 역도를 마냥 손 놓고 지켜볼 수는 없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배영 감독은 후진 양성과 대회 창설로 역도의 저변 확대와 대중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현역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이 감독은 현재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에 위치한 훈련장에서 서울 종로구청 여자역도팀을 지도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엘리트 선수뿐만 아니라 역도 동호회 회원들과 일반인도 이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회원제로 운영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서울엔 역도를 배우고자 하는 인원이 많아 회원제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방에서는 아무래도 수요가 적다보니 주로 동호회 수준으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강생의 열정은 뜨겁다. 강원도와 천안에서도 역도를 배우기 위해 오는 회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다른 비인기 종목과 마찬가지로 역도 역시 경제성과 접근성이 떨어져 인지도와 저변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적인 지원이 줄다보니 대한역도연맹 회장직도 기피 대상이 되었다는 후문이다. 한정된 예산 속에선 유연한 행정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모든 문제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예산 부족으로 귀결된다. 모든 비인기 종목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애로사항이다.

역도는 전국체전에서 총 3개의 메달이 주어진다. 다른 종목에 비해 혜택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역도 선수를 꿈꾸는 꿈나무들에겐 희망적인 요소지만 상비군 폐지로 고등학교 졸업 후 진로 폭이 줄어들어 역도를 그만두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선수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연계과정 생략으로 인해 발생한 후폭풍이다. 학교 체육 일수가 줄어들고 있는 환경도 역도를 시작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갈수록 접근성이 떨어진다. 선수층이 두꺼워야 경쟁 속에서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이 이뤄지지만 현재 한국 역도의 상황은 정반대다.

지난 7월부터 대한역도연맹 이사로 활동 중인 이 감독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역도를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역도 동호회 회원과 일반인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를 창설해 역도인들에게 동기부여를 심어주고 있다. 대한역도연맹회장배 전국생활체육 역도대회는 올해로 3회째를 맞이했고 전국생활체육 역도대회를 올해 처음으로 개최했다. 이 감독은 “역도를 배우는 사람들도 대회에 나가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싶지 않겠나. 이런 대회를 통해 역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꾸준히 역도를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큰 변화를 불러오기에 현재 역도계가 놓여있는 환경이 열악하다. 이 감독은 당장의 큰 변화보다는 현재 상황을 유지하면서 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게 옳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지금으로선 어떤 변화를 불러오기보다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주변 환경은 나빠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빠르게 적응해 우리의 것을 잃지 않고 살려가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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