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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프로야구가 열리는 전국 5개 구장에는 비디오판독 현장직원이 상주한다. 그들은 유선으로 되어 있는 판독용 인터컴을 관리 전달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심판진은 그 인터컴을 통해 판독센터로부터 최종결과를 수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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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구장의 비디오판독 시스템은 1루 덕아웃 쪽, 사진 취재석 뒤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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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직원이 판독 센터와의 송수신기 옆에 앉아 대기하고 있다

지난 8일 문학구장에서는 2위 한화와 1경기 차 3위인 SK의 주말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수 많은 관중이 모여 양 팀의 경기를 즐겼다.

경기는 치열했다. 1회 부터 비디오 판독 요청이 나왔다. 1회 2사 상황에서 SK 로맥이 3루수 앞 내야땅볼을 치고 1루까지 달린 상황에 대한 판독 요청.

결과는 ‘세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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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학구장에 운집한 관중은 희한한 장면을 목격한다. 비디오판독 현장직원이 펜스를 점프해 그라운드로 진입하는 장면이었다. 마치 허들을 뛰어넘는 것처럼. 경기가 중지된 상황에서 그의 움직임은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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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판독 현장직원은 왜 그곳에서 점프를 했을까. 그 직원이 그라운드로 나가기 위해 뚫려있는 통로는 매우 좁다. 폭이 채 20cm가 안된다. 일반적 성인이라면 지나가기 힘들다. 게다가 그곳은 사진취재석과 구단관계자석 사이의 공간이라 접근도 어렵다.

그래서 현장직원은 유선으로 된 인터컴을 든 채 높이 1m가 넘는 사진취재석의 모퉁이를 밟고 안전 펜스를 넘어야만 했다. 자칫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는 환경이다. 그는 6회에도 SK 로맥의 홈런여부 판독을 위해 펜스를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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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구장의 비디오판독 현장직원은 말한다.

“지난 시즌엔 그래도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이 있었어요. 그런데 올해 그 통로가 사라졌어요. 구단에 말을 하니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아직까지 고치지 않고 있어요. 말도 계속 바뀌는게 ‘올스타 브레이크 때 해준다’고 했다가 ‘시즌 끝나면 해주겠다’고도 해요. KBO에도 보고를 했는데 아직 그대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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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은 다니기 힘든 통로. 다리가 빠져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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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취재석으로 밟고 나간 판독 요원이 복귀할 때는 그 옆 구단 관계자석 안전펜스를 뛰어넘어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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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의 해결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판독시스템을 옮기지 못한다면, 그곳에서 가까운 구단관계자석 펜스에 그라운드 진출입 도어를 만들면 된다.

비단 문학구장만 그럴까.

판독 요원은 “새로 지은 대구나 광주구장의 환경은 괜찮다”고 했다. 그러나 문학이나 대전구장은 공간이 부족해서 그런지 일을 하는게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구장의 문제만은 아니다.

마땅히 고쳐야 할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 부재, 그리고 박약한 의지가 문제다. KBO와 SK구단 모두, 현장의 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포토]kbo 500만 관중

지난 8일은 올시즌 관중 500만 명이 야구장을 찾은 의미있는 날이었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속내를 보면 500만 관중 돌파와 걸맞지 않은 부끄러운 부분이 많다.

PS. 마음 같아선 문학구장의 비디오판독 현장직원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허들과 같은 장애물을 쉽게 넘어갈 수 있도록.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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