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여왕기\' 결승 진출 실패 한양여대, 아쉬운 발걸음
9일 경주 알천체육공원에서 진행된 ‘한국수력원자력 제25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 대학부 한양여대와 강원도립대의 준결승 경기에서 한양여대 선수들이 강원도립대에 패한 뒤 그라운드를 걸어나가고 있다. 한양여대는 강원도립대에 1-2로 역전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다. 2017. 6. 9. 경주 |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이천 대교 여자축구단이 해체를 전격 발표했다. 국내 여자축구 최상위 WK리그에서 강팀으로 자리매김하며 수많은 국가대표들을 배출한 팀이 대교여서 충격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여자축구의 사정이 가뜩이나 어려운 현실 속에서 연쇄 해체 등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학 명문 한양여대가 최근 해체를 결정한 것과 맞물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교그룹(회장 강영중)은 여자축구단 해체를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대교그룹은 그 동안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축구단을 운영했다. 구단 측은 해체 이유에 대한 즉답을 미뤘으나 올시즌 끝으로 팀이 사라지는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지난 2002년 11월 최추경 초대 감독을 선임, 대교 캥거루스 여자축구단으로 출범하며 15년 역사를 자랑했는데 올해 마무리하게 됐다. 대교는 2009년과 2011년, 2012년 WK리그 정상에 등극, 인천 현대제철과 양강 구도를 형성한 것도 조만간 옛 일이 된다.

한국 여자축구 최상위 리그의 팀이 사라지면서 그로 인한 파장이 여자축구계 전체에 적지 않게 퍼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학팀 감독은 “역사가 있는 팀들이 없어지면서 ‘그 영향으로 우리 대학도 해체를 검토하는 것은 아닌가’란 불안감이 지도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어린 선수들부터 성인선수들까지 여자축구계 전체의 선수수급과 성장이 원활하려면 저변이 튼튼한 피라미드 형태의 구조가 이상적이다. 하지만 출산율 저하, 엘리트 운동선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이 맞물리면서 현재 한국 여자축구계는 어린 선수가 태부족한 항아리 형태를 띠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역피라미드 형태를 띠다 선수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극단적 위기론도 제기된다. 부모들이 딸의 축구 선수 생활을 꺼리고, 축구를 시작하더라고 중도에 포기하는 선수들이 늘어나는 중요한 원인은 바로 진학과 취업에 대한 고민이다. 공부 대신 축구를 선택해도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고, 성인이 된 후 축구를 통해 자기 스스로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런 이유로 24년 전통의 한양여대 및 실업 강호 대교의 연이은 해체 소식은 중·고교 선수들의 장래 선택지를 줄여 연쇄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축구를 해도 대학에 진학해 은퇴 이후의 인생을 설계해볼 수 있다거나, 축구선수로서 사회생활을 영위해갈 만큼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한국여자축구연맹이 수년간 고생한 끝에 지난 2014년 고려대 여자축구부가 창단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주대가 여자축구부를 해체한데 이어 최근 한양여대마저 운영비 문제로 손을 들어버렸다. 올해 창단해 세한대가 그나마 위안이지만 현재의 팀 수는 오히려 고려대 창단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WK리그는 지난 2012년 시즌을 마친 뒤 충남 일화가 공중분해되면서 지난해까지 7개팀 체제로 꾸려졌다. 올시즌 부터 신생팀인 경주 한국수력원자력이 가세해 8구단, 짝수팀 체제를 마련하는 등 여자축구 활성화의 꿈을 꿨다. 그 기쁨이 채 1년도 가지 못하게 됐다. 위험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다. 고려대의 경우, 대학 맞수 연세대가 창단해 고·연전이 성사되고 이를 통해 팀의 운영을 위한 수익이 발생하길 기대했다. 연세대의 창단이 기약없이 보류되면서 고려대 여자축구부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K리그의 또 다른 팀인 수원시설관리공단은 지난 2012년 수원시가 나서 팀을 해체하려 했다가 간신히 존속된 적이 있다. 보은 상무는 이전 연고지였던 부산광역시가 지난 2015년을 끝으로 연고지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존폐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여자축구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파악됐음에도 뾰족한 해법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더 큰 걱정이다. 인프라 구축과 환경개선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지원금 명목으로 무작정 예산을 들어부을 수 없는 노릇이다. 축구와 친숙해지면 운동할 선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치밀한 계획없이 축구 클럽을 난립시킬 수도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16년부터 여자축구 전담 태스크포스팀인 ‘팀 WOW’(Women’s football Organization towards to the World)를 조직해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1년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체감할만한 변화는 없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과 발전을 기획한 ‘팀 WOW’의 생각보다 팀이 무너지는 속도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책이 마련되기 전에 현재의 불안정한 구조마저도 무너지지 않을까란 고민이 앞선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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