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사포판=김용일 기자] 짜릿한 역전극을 펼친 체코전 현장엔 최근 월드컵을 끝으로 자진 사퇴를 공식화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찾았다.
정 회장은 지난 12일(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전을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등과 함께 귀빈석에서 관전했다.
한국이 후반 선제 실점에도 황인범, 오현규의 연속포로 2-1 역전승하며 16년 만에 월드컵 1차전 승리를 거두자 정 회장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직후 그라운드로 내려가 태극전사에게 축하 메시지를 건넸는데, 시선을 끈 건 코치진과 마주했을 때다. ‘수장’ 홍명보 감독에게 다가가 진한 포옹을 나눴다. 정 회장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공개적인 장소에서 ‘큰 동작’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날은 홍 감독을 바라보고 이르게 포옹 자세로 다가갔다. 홍 감독도 두 손을 벌려 화답했다.
정 회장 측 관계자는 스포츠서울에 “어느 때보다 울컥하신 것 같았다. 그 마음 그대로 선수들과 코치진에게 표현하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당시 그라운드에 있던 대표팀 관계자는 “눈시울도 살짝 붉어지신 게 보였다”며 정 회장의 격한 마음을 느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월드컵 개막을 2주 앞둔 지난달 29일 대회 직후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사전 캠프지인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담금질하던 홍명보호 일원도 발표 직전에 접했을 정도로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3선 기간 협회 행정 난맥을 두고 지탄을 받은 정 회장은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4선에 성공, 1년 넘게 임기를 수행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년 협회에 대한 특정감사를 통해 정 회장 등 임원진에 자격정지 이상 중징계를 요구한 데 이어 협회가 행정 소송으로 맞섰다가 최근 서울행정법원 1심에서 패소하며 코너에 몰렸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달 22일 국가 정상화 프로젝트 1차 과제에 ‘축구협회 혁신’을 명시, 대기업 총수이기도 한 정 회장이 커다란 압박을 받으면서 퇴로가 더 좁아졌다.
그럼에도 평소 장고를 거듭하는 정 회장 성향상 자진 사퇴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본 이들은 거의 없었다. 최측근에 따르면 정 회장이 사퇴를 결심하는 데 결정적 배경이 된 건 ‘월드컵 특수’ 실종이다. 자진 사퇴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공교롭게도 정 회장이 사퇴를 선언한 뒤 평소 비난 댓글만 가득했던 협회 소셜 미디어엔 홍 감독은 물론, 선수를 향한 응원 메시지가 이전보다 많이 늘어났다.
정 회장 측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월드컵 성적을 보고 (사퇴 결심이) 달라지는 것 아니냐고 하던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진심으로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응원받고 좋은 성적을 내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자해지 마음으로 사퇴 카드를 꺼낸 정 회장은 앞서 32강 진출 시 10억, 16강 진출 시 20억, 8강 진출 시 30억의 포상금을 사비로 지급하겠다고도 했다. ‘내려놓는 마음’으로 월드컵 기간 마지막 소임을 다하기로 한 정 회장으로서는 체코전 승리가 유독 감격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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