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멕시코시티=정다워 기자] 슈퍼스타 출신 골키퍼가 프리킥벽을 자처하는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2026 북중미월드컵 개막전이 열린 12일(한국시간) 멕시코시티 스타디움. 경기 전 워밍업이 끝나가는 시점에 멕시코 주요 키커들이 프리킥 연습에 나섰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노장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는 또 다른 골키퍼 카를로스 아세베도와 함께 공 앞으로 다가가 벽을 만들었다. 키커들이 프리킥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게 돕는 모습이었다.

오초아는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현재 멕시코의 주전 골키퍼는 라울 앙헬이다. 오초아는 아세베도와 함께 백업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오초아는 멕시코를 대표하던 슈퍼스타 골키퍼다. 신장 185㎝로 단신에 가깝지만 경이로운 선방 능력으로 시대를 풍미했다. 41세가 된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월드컵 역사에서도 오초아는 중요한 인물이다. A매치 152경기 경력을 자랑하고 6회 연속 월드컵에 나선 기념비적 선수다. 2006년을 시작으로 이번 대회까지 단 한 번도 빠짐없이 개근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함께 월드컵을 상징하고 있다.

그런 오초아가 후배들을 위해 프리킥벽을 자처했다. 그 어떤 베테랑, 노장도 하기 힘든 ‘내려놓음’이다. 현재 멕시코 팀 분위기도 가늠할 수 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마리오 팔라폭스 기자는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오초아를 뽑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면서 “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리더 역할을 여전히 잘하고 있다. 한국도 손흥민이 있지 않나. 슈퍼스타 한 명이 주는 힘이 있다”라고 말했다.

아기레 감독은 “공짜로 주는 것은 없다”라며 오초아 선발 근거로 ‘실력’을 내세웠다. 당연히 그렇겠지만, 그 이상의 역할도 보고 뽑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오초아는 경기 내내 적극적으로 후배들을 독려하며 응원하는 역할을 쉬지 않았다.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고 해서 벤치에 앉아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베테랑의 경험을 전수하는 모습이었다.

멕시코 훈련장에서 본 그림도 다르지 않다. 오초아는 늘 적극적으로, 밝은 에너지를 불어넣으며 월드컵 준비에 일조했다. 골키퍼 군단을 넘어 팀 전체를 지탱하는 리더인 셈이다.

오초아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면 멕시코의 ‘원팀 스피릿’을 엿볼 수 있다. 멕시코는 남아공을 2-0 격파하며 수월하게 조별리그를 시작했다. 오초아의 숨은 조력이 승리의 비결이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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