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사포판=김용일 기자] “호날두가 와도 고지대 영향 있다…홍명보 감독의 판단 적중.”

축구대표팀 송준섭 수석주치의는 체코전 2-1 역전승 다음 날인 13일(한국시간) 베이스캠프 훈련장인 멕시코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사전 캠프부터 ‘고지대 적응’을 화두로 세심한 준비를 강조한 ‘수장’ 홍명보 감독의 판단이 들어맞았다고 강조했다.

송 주치의는 “고지대는 호날두든 누구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통으로 (문제를) 겪는다”며 “감독께서 명확한 판단으로 선수단을 관리한 게 잘 됐다”고 말했다. 또 “체코전은 고지대 적응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감독께서 고지대가 월드컵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철학을 품었는데 적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홍 감독은 월드컵 조별리그 1,2차전(체코·멕시코전)을 치르는 ‘해발 1571m’ 사포판의 아크론 스타디움의 환경을 고려해 장기간 고지대 연구에 주력했다.

고지대는 공기 저항이 적어 볼의 속도와 회전에 영향을 준다. 선수의 피로도 이르게 온다. 다만 선수마다 편차가 있다. 또 평균적으로 1500m부터 고지대 영향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시선도 따랐다.

하지만 홍 감독은 1460m 안팎의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를 사전 캠프지로 이르게 확정하고 선발대와 후발대로 나눠 대표팀을 소집, 선수 맞춤별 적응 훈련을 시행했다. ‘결전지’인 멕시코도 닷새 전에 넘어와 컨디션을 조율했다. 송 주치의를 비롯해 의무팀은 미국서부터 태극전사의 고지대 적응을 위해 하루 4차례 몸 상태를 체크했다. 아침 식사 전 수면시간, 산소포화도, 심박수 등을 봤다. 훈련 전,후엔 체중을 확인하며 2%이상 빠졌을 때 ‘탈수 위험’으로 간주하고 전해질을 보충하는 등 디테일에 신경 썼다. 저녁엔 선수가 느끼는 강도를 체크하는 RPE(자각적 운동 강도 등급)지표를 개인별로 조사해 분석까지 했다.

반면 유럽 플레이오프를 거쳐 지난 4월에야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은 체코는 베이스캠프 선택권이 없어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한 ‘평지’ 미국 댈러스에서 담금질해야 했다. 고지대를 의식해 별도 캠프를 꾸릴 순 있었으나 체코는 ‘고의 회피’ 전략을 썼다. 경기 중 고지대 영향을 최대한 덜 받는 쪽을 선택, 한국전 전날 멕시코에 입성했다. 일종의 도박이었다. 그러나 우려대로 한국전 후반 체력 저하가 따랐다. 후반 13분 장기인 제공권을 활용해 롱스로인 상황에서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22분과 35분 각각 황인범, 오현규에게 연속포를 얻어맞았다.

홍 감독은 체코의 상태를 고려해 후반 매혹적인 용병술을 뽐냈다. 후반 24분 투입한 오현규가 정통 스트라이커답게 체코 수비진의 힘을 빼더니 11분 만에 결승골을 넣었다. 막판 허리진에서 많이 뛴 황인범, 백승호 대신 김진규, 박진섭이 들어갔는데 동점골 사냥에 나선 체코 반격을 타이트하게 제어했다.

‘극과 극’ 행보로 일찌감치 시선을 끈 한국과 체코였는데, 결국 ‘준비한 자’가 승리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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