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교권보호국은 학생들과 싸우려는 게 아니다. 괴물들과 싸우려는 것이다. 괴물은 괴물로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학교에 진짜 괴물이 나타났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특임대대 출신 나화진(김무열 분)이다. 사실상 걸어 다니는 ‘인간 흉기’다. 그가 투입된 이유는 명확하다. 오늘날의 학교가 더 이상 온정을 베푸는 배움터가 아니라, 힘세고 교활한 포식자들이 지배하는 ‘괴물의 온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은 교권이 붕괴된 대한민국의 뼈아픈 교육 현장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약육강식의 정글 속에서 학생들의 폭력은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영악하게 진화했다. 과거에도 흔히 있었던 빵셔틀이나 주먹다짐의 수준이 아니다. 지능적인 사이버 불링, 불법 도박, 마약 유통 등 중범죄가 교실을 잠식했다. 심지어 교사마저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끔찍한 것은 학생의 탈을 쓴 괴물들이 자신들에게 쥐어진 ‘촉법소년’이라는 면죄부와 ‘학생 인권’이라는 제도를 교묘한 방패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교사들은 빗발치는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고소라는 법적 책임의 공포 속에서 눈을 감고 귀를 닫는다. ‘참교육’은 바로 이 처참한 사각지대를 파고든다.
시작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동명의 원작 웹툰이 폭력 미화, 인종 차별 등 숱한 논란을 낳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연 넷플릭스판 ‘참교육’은 원작의 꼬리표를 정교하게 도려냈다. ‘교권보호국’이라는 핵심 판타지 설정만 남긴 채, 불필요한 혐오와 갈등 요소는 과감히 배제했다. 그 빈자리를 마비된 교육 시스템을 향한 일침과 보편적인 공감대로 채워 넣었다.
이 작품의 가장 영리한 지점은 ‘거울치료’에 있다. 타인의 고통을 조롱거리로 삼던 괴물들에게 나화진은 그들이 가했던 폭력과 공포, 이기심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반사한다. 합리적인 대화나 교화 따위는 없다. “공포는 경험에서 나온다”는 신념으로 같은 차원의 공포를 되돌려준다.

시청자는 짙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건 불법 아니냐, 인권 침해다”라며 억울해하는 가해자들의 뻔뻔한 위선이 무자비한 힘 앞에 무너지는 순간, 도파민이 폭발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이 원초적인 사적 제재는 합법적인 시스템이 악랄한 인간들 앞에서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탄탄하게 얽힌 캐릭터들의 앙상블은 과격한 서사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나화진 역의 김무열은 압도적인 피지컬과 타격감으로 새로운 다크 히어로의 탄생을 알렸다. 빠르고 간결하면서도 묵직한 나화진의 액션은 그 자체로 시각적 쾌감을 준다.
여기에 특전사 출신 감독관 임한림(진기주 분)은 나화진과 짝을 이뤄 거침없는 액션과 함께 피해자들을 향한 뜨거운 감정을 쏟아내며 극의 온도를 조절한다. 천재 사무관 봉근대(표지훈 분)는 정보전과 기술적 지원으로 작전의 디테일을 채우고, 교육부 장관 최강석(이성민 분)은 선을 넘나드는 교권보호국의 행보를 외압으로부터 묵직하게 방어해낸다.

더불어 매회 에피소드를 이끄는 신인 배우들의 활약은 이 시리즈를 지탱하는 가장 큰 뼈대다. 죄책감 없이 서늘하게 미소 짓는 악의 민낯부터, 폭력에 짓밟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피해자의 처절한 고통까지 날것 그대로 표현해 냈다. 수많은 학생 역의 신예들이 빚어내는 소름 끼치는 리얼리티가 판타지 설정에 단단한 현실의 뿌리를 내리게 했다.
과거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낭만은 옛말이 됐다. ‘참교육’은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폭력으로 폭력을 제압하는 현실 판타지다. 다소 수위가 높긴 하나, 이 화려한 액션의 이면에는 직설적인 극약 처방이 아니고서는 정의를 구현할 수 없다는 비참함이 깔려 있다.

통쾌한 사적 복수극에서 현실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상황, 이것이 바로 지금 대한민국 사회가 마주한 가장 암울한 현실이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빠르게 달려가는 ‘참교육’, 워낙 완성도 높게 현실을 질타한 터라 시청자는 강렬한 카타르시스와 씁쓸한 뒷맛에서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 전망이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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