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동석 기자] 프로야구에서 젊은 투수의 보직을 결정하는 것만큼 까다롭고 신중한 작업은 없다. 짧은 이닝을 전력 투구하는 불펜과, 경기 전체를 조율하며 페이스를 조절해야 하는 선발은 전혀 다른 메커니즘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현재 8연패 수렁에 빠지며 최하위로 추락한 키움 히어로즈가 마주한 ‘박정훈(20)의 보직 재검토’ 문제는, 단순한 한 선수의 기량 저하를 넘어 팀의 미래와 현재의 성적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설종진 감독의 깊은 고민을 대변한다.

박정훈은 고교 시절 최고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며 키움 마운드의 차세대 주자로 기대를 모았다. 시즌 초반 필승조로 활약하던 그가 부상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선발로 전환했을 때만 해도, 다양한 구종과 안정된 경기 운영 능력은 팀의 새로운 희망으로 보였다. 하지만 ‘선발 투수 박정훈’에게 찾아온 급격한 구속 저하는 야구계의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닝이 늘어나면서 스태미나가 받쳐주지 못하자 장점이던 투심 패스트볼의 위력이 급감했고, 결국 지난 KT전 2.1이닝 5실점 조기 강판이라는 아픈 결과로 이어졌다. 스무 살 청년 투수가 겪는 전형적인 선발 성장통이다.

이제 공은 코치진에게 넘어왔다. 설종진 감독의 말대로 다시 불펜으로 돌려 짧은 이닝 동안 잃어버린 구속을 회복시키는 것이 선수의 장기적인 성장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일시적인 부진을 참고 선발 로테이션을 완주하게 해 맷집을 키울지 선택해야 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손가락 물집으로 이탈했던 에이스 안우진의 복귀가 임박했다는 점이다. 안우진의 가세는 박정훈을 다시 편안한 불펜 환경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최적의 명분이 될 수 있다. 팀의 8연패를 끊어내야 하는 당면 과제와 박정훈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보호해야 하는 미래 과제 속에서, 오는 화요일 내릴 키움의 결단이 올 시즌 영웅들의 롤러코스터 행보를 바꾸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white2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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