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오랜 시간 현장을 지켜온 배우였다. 묵묵히 작품 안에서 자기 몫을 해왔다. 어느 장면에서는 짧게 등장해도 오래 남는 얼굴이었다. 배우 유승목의 이야기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유승목에게 최근 며칠은 낯설 만큼 빠르게 흘렀다.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로 백상예술대상 방송 부문 남자 조연상을 받았고, 곧바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까지 이어졌다. 여기에 ENA ‘허수아비’까지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M C&C 사옥에서 만난 유승목은 이 모든 상황을 두고 “느닷없다”고 했다. 담담하게 말했지만, 얼굴에는 아직 믿기지 않는다는 기색이 남아 있었다.

유승목 “수상을 안 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 수상 후 이틀 만에 연락을 받고, 또 이틀 만에 ‘유퀴즈’ 녹화를 했다. 며칠 사이에 정말 어마어마한 일들이 벌어졌다”고 웃었다.

방송 직후 오랜 무명 시절을 견디고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는 시청자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특히 60~70대 시청자들의 댓글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고 했다.

“‘오랜 무명 시절을 견디고 여기까지 와줘서 박수를 보낸다’는 댓글을 봤어요. 그걸 보는데 울컥하더라고요. 감사하면서도 눈물이 났어요. 연기 전공 학생이 식당에서 사인을 부탁한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화이팅, 현장에서 만나자’고 적어줬죠.”

가족들의 반응은 더 유쾌했다. 그는 백상 후보에 올랐을 때도, ‘유퀴즈’ 출연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딸들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딸들이 후보에 올랐을 때도 ‘미친’이라고 했고, ‘유퀴즈’ 나온 걸 보고도 ‘미친’이라고 했어요. 원래 다 같이 모여 보려고 했는데 딸들은 시간이 안 돼서 못 봤고, 아내와 함께 봤어요. 녹화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울컥하고 찡하더라고요.”

유승목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허수아비’의 가장 큰 힘으로 빈틈없는 몰입감을 꼽았다. 잠깐 자리를 비워도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드라마가 있지만, 이 작품은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

“드라마는 보통 잠깐 주방에 다녀와도 이어 볼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허수아비’는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겠더라고요. 마지막 방송을 보면서도 5초 정도 자리를 비우고 싶었는데 못 비웠어요.”

마지막 회를 앞두고는 박해수, 이희준과 문자를 나눴다. 유승목은 두 배우의 연기에 계속 감탄했다고 했다. 작품이 잘된 이유도 결국 배우들의 힘이 컸다고 봤다.

“마지막 방송 전에 희준이, 해수와 문자를 나눴어요. 드라마가 정말 잘 만들어졌고, 보면서 울컥울컥했다고 했죠. 무엇보다 두 배우가 너무 잘하더라고요. 이희준, 박해수 배우가 아니었으면 시청자들이 이렇게까지 봐주셨을까 싶었어요. 곽선영, 정문성 배우도 그렇고 모든 배우들이 너무 잘했어요. 복 받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승목의 작품 선택 기준은 분명했다. 많이 들어오느냐보다 마음에 들어오느냐가 중요했다. 그는 대본을 읽을 때 자연스럽게 표시하게 되는 작품이 있다고 했다.

“제 마음에 와야 해요. 어떤 건 읽으면 ‘이게 뭐지?’ 싶고 감흥이 안 오는 것도 있어요. 그런데 어떤 작품은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고, 신마다 동그라미를 치게 돼요. ‘김부장 이야기’도 동그라미가 정말 많았던 작품이었어요.”

‘김부장 이야기’는 그에게 백상 트로피를 안긴 작품이다. 동시에 류승룡과의 오랜 인연도 다시 확인하게 한 작품이었다. 유승목은 류승룡을 두고 “호흡이 정말 잘 맞는 배우”라고 했다.

“‘김부장 이야기’ 촬영이 끝났을 때 승룡이가 연락을 줬어요. 인터넷을 다 뒤져서 저와 처음 같이 한 작품부터 최근 ‘김부장 이야기’까지 여섯 개 스틸컷을 다 찾아서 연도별로 붙였더라고요. 그러면서 ‘형이랑 저랑 30대, 40대, 50대를 함께했다. 앞으로 60대, 70대도 함께 멋지게 가자’고 보냈어요. 정말 감동받았어요.”

유승목은 요즘 쏟아지는 관심을 혼자만의 성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백상 수상도, ‘유퀴즈’ 출연도, ‘허수아비’의 성공도 결국 함께한 사람들의 힘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 특히 그는 “같이하는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요즘 일어나는 일들이 다 제 힘만으로 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좋은 작품을 만나고, 좋은 배우들과 함께했고, 그 안에서 운 좋게 제 몫이 보인 거죠. 그래서 함께하는 배우들에게 정말 고마워요. 앞으로도 그 마음을 잊지 않고, 현장에서 제 역할을 잘 해내는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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