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요즘 K팝 신은 도파민에 절어 있다. 빠른 음악으로 자극을 높이고, 거대한 자본력으로 규모를 키웠다. 너도나도 속도전에 매몰된 사이, 고유의 색감은 오히려 희미해진다. 그런 가운데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의 행보는 묘하게 이질적이면서도 고고하다. 이들의 성공 방정식은 단순하고도 명확하다. 바로 ‘음악의 힘’이다.
데뷔곡 ‘큐피드(Cupid)’의 글로벌 신드롬 이후 멤버 교체라는 큰 부침을 겪었음에도 불구, 새롭게 재편된 피프티 피프티는 미니 2집 ‘러브 튠(Love Tune)’, 미니 3집 ‘데이 앤 나이트(Day & Night)’를 거치며 자신들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흔들림 없이 구축해왔다. 트렌드를 급급하게 좇기보다는 이지 리스닝 기반의 편안한 팝 스타일과 탄탄한 라이브 역량으로 대중의 귀를 확실하게 사로잡았다.

‘좋은 음악’을 고집하는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의 기조는 발매 한 달이 지나 차트를 역주행한 미니 3집 타이틀곡 ‘푸키(Pookie)’의 사례에서 빛을 발했다. 멤버 문샤넬의 안무 릴스에서 촉발된 화제성은 단순한 바이럴을 넘어, 곡 자체가 가진 아기자기하고 통통 튀는 매력을 재평가받는 계기가 됐다. K팝 신에서 유독 돋보이는 이들의 ‘고퀄리티 생존 시스템’이 대중의 심장을 서서히 달군 것이다.
그런 피프티 피프티가 1일 네 번째 미니앨범 ‘임퍼펙트-아임퍼펙트(Imperfect-I’mperfect)’로 야심 찬 컴백을 알렸다. “완벽하지 않아도, 내 모습 그대로가 가장 유니크하고 찬란하다”는 쿨한 반전의 메시지를 담았다. 마냥 밝기만 하던 과거를 지나 한층 성장하고 당당해진 피프티 피프티의 새 시대를 예고한다.
이번 컴백의 가장 큰 승부수는 장르의 변주다. 타이틀곡 ‘라이크 어 버블(Like a Bubble)’은 몽환적인 사운드 위에 붐뱁 비트가 얹혀진 ‘몽환 힙합’이다. 앞서 ‘투 머치 파트1(Too Much Part 1)’의 더블 타이틀곡 ‘스키틀즈(Skittles)’를 통해 동요 같은 멜로디와 트렌디한 힙합 사운드를 결합하며 실험성을 뽐냈던 이들이 또 한 번 독창적인 음악 영역으로 스펙트럼을 넓혔다.

여기에 파격적인 변신을 보여준 선공개곡 ‘스타스트럭(STARSTRUCK)’부터 미니멀한 댄스곡, 레트로 R&B 등 총 여섯 곡이 앨범을 꽉 채웠다. 최근 공개된 콘셉트 포토에서는 기존의 청순함을 벗어던지고 딥한 메이크업과 화려한 메탈릭 액세서리, 물속을 연상케 하는 기묘한 연출을 통해 과감하고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을 감행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스타스트럭’ 뮤직비디오는 최근 호러물 트렌드에 발맞춰 학교에서 벌어진 여고생들의 ‘방과 후 퇴마’를 테마로 제작됐다. 악령과 맞서 싸울 정도로 강해진 피프티 피프티의 면모가 압도적인 영상미로 구현됐다. 소녀의 티를 벗고 점차 어른으로 성장하는 강인함이 엿보인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청량함과는 완벽한 대비를 이룬다.

피프티 피프티의 음악이 설득력을 갖는 진짜 이유는 다채로운 장르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멤버들의 가창력에 있다. 맑은 음색과 흔들림 없는 라이브 실력은 어떤 곡을 부르든 피프티 피프티만의 퀄리티를 보장한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고집스럽게 퀄리티를 지켜온 이들이 쏘아 올린 ‘몽환 힙합’의 버블이 올여름 K팝 생태계에 어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지 기대가 모인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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