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한때 ‘태·혜·지’라는 말이 있었다. 당대 최고의 미녀 김태희, 송혜교, 전지현의 이름 한 글자씩을 딴 줄임말이다. 이들은 미녀의 대명사이자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던 전지현이 11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연니버스’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에 탑승한 화려한 귀환이다.
전지현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군체’ 누적 관객 수가 200만 명을 넘었다. 너무 좋다. 아직 손익분기점(300만)은 넘지 못했지만 시작이 좋아서 기대하게 된다”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과 맞서는 이야기다. 전지현은 생존자들의 리더 권세정 역을 맡았다.
전지현을 스크린으로 다시 이끈 것은 연상호 감독의 힘이었다. ‘연상호’ 이름을 듣자마자 단번에 출연을 결정지었다는 전지현이다.
“감독님의 인간미가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양한 작품들 가운데 여성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들이 있더라고요. 저도 여배우로서 그런 작품을 잘할 수 있거든요.”

생존자들의 리더를 맡은 전지현은 피, 땀, 눈물이 뒤섞인 액션의 정수를 보여준다. 뛰고, 구르며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싸운다. ‘원조 액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원조요? 제가 그 정도예요? 다른 사람 없어요?(웃음) 부끄럽네요. 아무래도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는 의미 같아요. 연기는 당연히 잘해야 하는 거고, 차별점이 있어야 하니까 액션에도 많이 도전했어요.”
11년 만에 스크린에서 마주한 전지현은 여전한 카리스마를 뽐냈다. 특히 후반부 세정이 흰 티셔츠와 청바지만 입은 채 감염자들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한 편의 영상 화보를 방불케 한다. 덕분에 일각에서는 “전지현에게만 반사판을 대준 것 아니냐”는 ‘웃픈’ 반응까지 나왔다.
“억울해요. 저는 그냥 흰 티에 청바지만 입은 건데요.(웃음) 꾸미고 나왔는데 그런 얘기를 들었으면 좀 찔렸겠죠. 근데 저는 정말 진지하게 상황에 임했어요. 그래도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하죠.”

전지현은 ‘군체’로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도 밟았다. 브랜드 앰배서더 자격이나 해외 작품으로 칸을 찾은 적은 있지만, 한국 영화 주연 배우로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제가 갔던 칸은 진짜 칸이 아니었다”는 전지현에게 이번 경험은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
“예전엔 레드카펫을 걸어도 뭐랄까, 저희만의 파티 같은 느낌은 아니었어요. 근데 이번에는 ‘군체’로 초청받아 가니까 오롯이 우리를 위한 레드카펫 같더라고요. 너무 재밌었어요. 예전에는 진행 때문에 빨리 올라가야 해서 즐길 여유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그 순간 자체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어요. 저도 진심을 다했던 순간이었죠.”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가 주는 무게감도 있었다. 전지현은 “오랜만에 영화를 하니까 앞으로는 영화를 더 자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시간 동안 논 건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조금 아깝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전지현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사실 ‘군체’가 끝나고 감독님이 또 같이 하자고 하면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하려고 했어요. 근데 칸에 다녀오고 마음이 바뀌었어요.(웃음) 이제는 시나리오도 안 보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모든 배우들의 꿈 같은 장소에서 감독님 덕분에 꿈을 이뤘거든요. 감사함이 정말 커요. 이런 영광을 감독님과 또 함께 누리고 싶어요.”
sjay0928@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