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전 7회 불펜 등판한 조동욱

타구에 손가락 스치며 강습 안타 허용

성적보다 부상 우려에 직접 다가가 상태 살핀 사령탑

따뜻한 ‘덕장’의 면모

[스포츠서울 | 대전=박연준 기자]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고, 감독은 성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29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포착된 김경문(68) 감독의 모습은 승패를 넘어선 ‘진짜 어른’의 품격이 무엇인지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마운드 위 위기 상황보다 어린 투수의 부상 여부를 먼저 걱정하며 달려 나간 그의 발걸음에서 이른바 ‘할배 리더십’의 진가가 보였다.

한화가 키움을 상대로 승기를 굳혀가던 7회초에 발생했다.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왼손 조동욱이 흔들렸다. 앞선 투수 윤산흠의 책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했으나, 폭투로 실점을 허용한 뒤 안치홍에게 볼넷을 내주며 제구 난조를 보였다.

이어진 위기 상황, 키움의 외인 타자 브룩스가 날린 날카로운 타구가 조동욱의 투구 손가락 부근을 살짝 스쳐 지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아찔한 장면이었다. 한화 벤치는 즉각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실점을 막지 못하고 내려가는 투수에게 눈길조차 안 줄 법하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김 감독은 조동욱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마자 직접 다가가 부상 부위를 살피며 상태를 체크했다. 외인 타자의 강한 타구에 맞은 만큼, 행여나 뼈에 이상이 있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할아버지의 마음(?)과 같았다.

김 감독은 평소 “그라운드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선수보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고개를 숙인 채 들어오는 선수들의 마음이 더 걱정된다”는 지론을 펼쳐왔다. 이날 조동욱을 대하는 태도 역시 그 연장선에 있었다. 팀의 승리가 걸린 긴박한 순간이었음에도, 어린 선수가 느낄 부상에 대한 공포와 부진에 대한 자책감을 먼저 어루만졌다.

한편 조동욱은 큰 부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화 관계자는 “조동욱은 왼손 약지 소지 타박으로 교체됐다. 현재 아이싱 중이다”라고 밝혔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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