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보람아.” “응, 언니!”

전화 한 통이면 충분했다. 꽁꽁 얼어붙어 있던 15년이 녹아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몇 초였다.

2011년 해체했던 ‘레전드 여성 보컬 그룹’ 씨야가 15년 만에 돌아왔다. 남규리, 김연지, 이보람까지 완전체다. 이들은 30일 신곡 ‘그럼에도 우린’을 발표하고 기적 같은 재회를 알렸다. 2020년 JTBC ‘슈가맨3’ 이후 무산됐던 재회이기에 멤버들에게도, 팬들에게도 각별한 재결합이다.

이들의 만남은 뜻밖에도 사소한 용기에서 비롯됐다. 솔로 활동 중 씨야 시절의 반주 음악(MR)이 필요했던 남규리가 이보람에게 전화를 걸면서부터다. 남규리는 “용기 내서 보람이에게 전화해 MR을 빌릴 수 있냐고 물었더니, 12시가 다 된 시간임에도 ‘당연하지’라며 흔쾌히 답해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짧은 통화는 김연지까지 세 사람의 만남으로 이어졌고, 이들은 그동안 가슴 속에만 묻어뒀던 이야기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과거 소속사 간의 이해관계나 현실적인 제약 탓에 매번 문턱에서 좌절됐던 재결합 논의는 멤버들이 직접 프로젝트 법인 ‘씨야’를 설립하며 급물살을 탔다. 타인의 결정이 아닌, 자신들의 의지로 오롯이 서겠다는 결단이었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씨야 멤버들은 인터뷰 내내 서로를 향한 미안함과 애틋함을 숨기지 않았다. 20대 어린 시절, 미처 다 헤아리지 못했던 서로의 고충을 이제는 세월과 경험을 통해 깊이 이해하게 된 모습이었다.

남규리는 “사람이 살다 보면 오해는 늘 생길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며 우리는 그때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며 “거창한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제는 눈빛과 짧은 단어 하나만으로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보람 역시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다 보니 어느덧 15년이 흘렀다”며 “언니의 전화를 받았을 때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지난 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반가웠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고 덧붙였다.

신곡 ‘그럼에도 우린’은 세 사람이 지나온 시간과 팬들을 향한 진심을 응축한 곡이다. 씨야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박근태 프로듀서가 다시 한번 지원사격에 나섰으며, 멤버들이 직접 작사에 참여해 진정성을 더했다.

녹음실은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 김연지는 “세 명의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더 단단해지고 풍성해진 느낌이었다”며 “오랜만에 모였음에도, 완벽하게 이뤄지는 화음에 감정이 복받쳤다”고 털어놨다. 이보람은 솔로가 아닌 씨야로 녹음실에 섰던 순간을 “오랜 자취 생활을 끝내고 고향 집에 돌아와 엄마가 해주신 따뜻한 밥을 먹는 기분”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이번 재결합은 과거의 재현이 아닌, 씨야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에서 가요계도 주목하고 있다. 남규리, 김연지, 이보람 모두 솔로 활동을 거치며 20대 시절보다 한층 깊어진 감정과 목소리까지 갖추게 됐다. 남규리도 “꽃이 피고 지는 시기를 지나, 이제는 단단하게 열매를 맺어야 할 시간이라는 마음으로 녹음에 임했다”고 강조했다.

씨야의 이름으로 데뷔 첫 팬미팅을 개최한 이들은 5월 정규 앨범 발매를 목표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씨야 어게인(Again)’을 넘어 ‘씨야 올웨이즈(Always)’가 되고 싶다”는 남규리의 바람처럼, 역경을 딛고 다시 하나가 된 씨야의 행보에 기대가 모인다.

이보람은 “팬분들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씨야가 과거에 왜 큰 사랑을 받았는지 그 이유를 보여드리고 싶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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