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감독, 한일전 각오

“4경기 중 1경기일뿐”

‘경천위지(經天緯地)’의 마음으로

[스포츠서울 | 도쿄=박연준 기자] “한일전은 1라운드 4경기 중 한 경기일 뿐이다. ‘경천위지(經天緯地)’의 마음으로 차분하게 준비했다.”

숙명의 한일전을 앞둔 대표팀 류지현(55) 감독이 냉정함과 비장미가 섞인 출사표를 던졌다. 11년간 이어진 일본전 무승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는 중압감을 뒤로한다. 오직 승리라는 실리를 위한다.

한국은 7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C조 일본과 운명의 2차전을 치른다. 지난 5일 체코전에서 11-4 대승을 거두며 예열을 마친 류지현호. 내친김에 ‘세계 최강’ 일본까지 넘어서며 8강 진출의 9부 능선을 넘겠다는 각오다.

한국 야구에 이번 한일전은 자존심이 걸린 한판이다. 지난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 승리 이후 무려 11년간 일본을 상대로 1무 10패라는 절대 열세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류 감독은 사자성어 ‘경천위지’를 언급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전체를 아우르며 조직을 조율하는 리더라는 의미처럼,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에 매몰되지 않고 1라운드 전체 판도를 보며 냉정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한일전 역시 8강으로 가기 위한 4경기 중 하나로 간주하며 선수단의 지나친 긴장을 경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류 감독이 내세운 ‘필승 카드’는 고영표(KT)다. 류 감독은 “캠프 초기부터 플랜 A, B, C를 세우며 치밀하게 준비해왔다”며 “오키나와 캠프 막바지에 전략적 수정을 거쳤고, 최종적으로 일본 타선을 흔들기에 고영표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신뢰를 보냈다. 고영표 특유의 변화무쌍한 체인지업이 정교한 일본 타자들에게 유효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타선에서는 일본 선발 기쿠치 유세이를 공략하기 위해 ‘우타자 중심’의 맞춤형 라인업을 가동했다. 류 감독은 “기쿠치의 세부 지표상 우타자의 하드 히트 비율이 높고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점을 고려했다”며 김도영과 저마이 존스를 전면에 배치하고 셰이 위트컴, 안현민 등을 중심에 세워 초반부터 공격력을 높이고자 한다.

상대인 일본은 전날 대만을 13-0으로 대파하며 절정의 화력을 과시했다. 특히 오타니 쇼헤이가 만루 홈런을 포함해 5타점을 쓸어 담으며 도쿄돔을 열광케 했다. 류 감독은 “일본 타자들의 컨디션이 정점에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 전력 분석은 이미 마쳤다”며 “오타니 한 명뿐 아니라 1번부터 9번까지 빈틈없는 라인업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만의 경기를 풀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결전의 시간은 다가왔다. 류지현 감독의 ‘경천위지’ 리더십이 11년 묵은 한일전 잔혹사를 끝내고 도쿄돔에 승전고를 울릴 수 있을까.

한편 이날 대표팀은 김도영(지명타자)-저마이 존스(좌익수)-이정후(중견수)-안현민(우익수)-셰이 위트컴(3루수)-문보경(1루수)-김주원(유격수)-박동원(포수)-김혜성(2루수) 순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오타니는 1번으로 나선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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