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위협 제거’ 명분, 패권의 계산과 동맹의 구조, 에너지 통로의 이해관계, 국내 정치의 변수까지...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은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반세기 가까이 축적된 체제 충돌의 결과

핵 수치와 해협의 안정, 그리고 양측의 계산이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지에...

[스포츠서울 | 이상배 전문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이란과의 전쟁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라며, “어떤 대가를 치르든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추가 대규모 공격이 예고된 가운데 장기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미국은 왜 이란을 공격하는가? 전쟁은 하나의 이유로 시작되지 않는다. 표면에는 ‘핵 위협 제거’라는 명분이 서고, 그 뒤에는 패권의 계산과 동맹의 구조, 에너지 통로의 이해관계, 국내 정치의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얽힌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은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반세기 가까이 축적된 체제 충돌의 결과이다.

△ 1979년, 적대의 구조가 만들어지다

출발점은 1979년 이란 혁명이다. 친미 왕정이 무너지고 이슬람 공화국이 출범했다. 이어진 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은 444일 동안 미국 외교관들을 억류하며 미국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후 이란은 반미 노선을 체제 정체성의 일부로 삼았고, 미국은 이란을 중동 질서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규정했다. 갈등은 정책의 차이를 넘어 ‘체제의 적대’로 굳어지며 이 구조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긴장의 토대다.

△ 핵 문제, ‘완성’이 아닌 ‘문턱’을 막는 싸움

갈등의 중심에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있다. 2015년 체결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은 우라늄 농축을 3.67%로 제한하고 국제 사찰을 수용하는 대신 제재를 완화한 절충안이었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탈퇴로 균형은 무너졌다.

핵 갈등의 본질은 ‘완성된 핵무기’가 아니라 ‘언제든 완성할 수 있는 능력’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주목하는 것도 이른바 ‘브레이크아웃 타임’이다. 농축 60%에서 90%로 가는 시간이 짧아질수록 사실상의 억지력은 형성된다.

미국이 군사적 압박이나 제한적 타격을 감행하는 이유는 0에서 1을 막기 위해서라기보다, 0.9에서 1로 넘어가는 순간을 차단하려는 전략에 가깝다. 이는 전면전의 개시라기보다 확산 방지 질서를 유지하려는 계산으로 봐야 할 것이다.

△ 이스라엘과 동맹 구조, 안보의 연쇄 반응

중동에서 미국의 전략은 동맹과 분리될 수 없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란의 군사적 잠재력을 실존적 위협으로 인식한다. 이란이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이라크의 친이란 세력과 연결된 영향력을 유지하는 한, 이스라엘의 위기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동맹은 선택이 아니라 구조다. 미국의 공격은 단순히 이란을 향한 행동이 아니라 동맹 방어의 신호이기도 하다. 중동의 군사 균형은 연쇄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한 지점의 충돌은 곧 전체 질서의 흔들림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 호르무즈 해협, 에너지와 금융의 급소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25%, 하루 약 2,000만 배럴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란은 그 북쪽 해안을 끼고 있다.

해협이 불안정해지면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한다. 배럴당 10달러 상승은 글로벌 물가와 금리에 연쇄 효과를 낳는다.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이지만, 동시에 달러 체제와 글로벌 금융 안정의 핵심 축이다. 에너지 통로의 안정은 곧 세계 경제 질서의 안정과 직결된다. 이 지역에서의 군사적 존재는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이해관계의 표현이다.

△ 전면전이 아닌 ‘관리된 타격’

그렇다면 왜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는가? 이유는 비용이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수조 달러의 재정 부담과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남겼다. 미국 사회는 대규모 지상전 확대에 매우 신중하다고 볼 수 있으며, 이란 역시 전면전이 체제 안정에 치명적이라는 점을 안다. 따라서 현실에서 나타나는 모습은 ‘관리된 충돌’이다.

경제 제재를 통한 장기 압박, 제한적 공습과 정밀 타격, 해상 충돌과 사이버전, 그리고 협상과 긴장 완화 시도가 반복된다. 전쟁 직전까지 가되 문턱은 넘지 않는 위험한 균형이 이어지게 될 것이다.

△ 미국의 국내 정치와 산업 구조, 배경 변수

정치학에는 ‘Rally around the flag’ 효과가 있다. 대외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의 지지율이 단기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다. 중동의 긴장은 방산 산업과 무기 수출 확대와도 연결된다.

그러나 이를 단일 원인으로 환원하는 것은 과도하다. 민주·공화 정부를 막론하고 대이란 정책의 핵심 목표, 즉 핵무장 저지와 지역 영향력 견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내 변수는 영향을 미치지만, 구조를 대체하지는 않는다.

배경 변수는 ‘방향’이 아니라 ‘강도’를 바꾸는 것이기에 국내 정치와 산업 구조는 미국의 대이란 정책을 결정하는 단일 원인은 아닐 것이다. 결국 국내 변수는 전쟁의 방향을 결정하기보다, 압박의 강도와 시점을 조정하는 배경 장치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핵이라는 명분 뒤에서, 정치와 산업은 계산의 언어로 위기를 해석하고 조정한다. 전쟁은 외교 현장에서 시작되지만, 그 결심은 언제나 국내의 정치 구조와 산업 생태계를 통과한다.

△ 명분은 핵, 본질은 구조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는 이유, 그리고 두 나라가 충돌을 반복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1979년 이후 굳어진 체제적 적대, 핵 문턱을 둘러싼 억지 전략, 이스라엘을 포함한 동맹 방어,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에너지 통로의 전략적 가치, 그리고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억지를 유지하려는 계산이 교차한다.

전쟁은 감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조가 만든다. 미국의 공격은 일회적 분노의 표현이 아니라 체제 충돌의 연장선이며, 중동 질서와 세계 경제를 둘러싼 장기 전략의 일부다.

결국 핵심은 이것이다. 이 압박이 위기를 억제하는 신호가 될 것인가?, 아니면 오판이 겹쳐 새로운 불안정의 출발점이 될 것인가? 그 답은 핵 수치와 해협의 안정, 그리고 양측의 계산이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지에 달려 있다.

전면전 가능성이 작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해소’ 또한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결국 두 나라는 전쟁과 평화 사이, 계산된 긴장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47년간 지속된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위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sangbae030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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