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현, 여자 500m 37초86 ‘전체 10위’

여자 1000m 이어 500m서도 ‘톱10’

“4년 후엔 시상대에 서고 싶다”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밀라노의 빙판은 차가웠지만, 젊은 스프린터는 그 위에서 또렷한 가능성을 남겼다. 이나현(21·한국체대) 얘기다. 이나현은 생애 첫 올림픽에서 여자 1000m 9위, 500m 10위로 연속 ‘톱10’에 오르며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미래를 밝혔다.

이나현은 1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37초86을 기록, 최종 10위에 올랐다. 앞서 1000m에서도 9위를 차지하며 두 종목 모두 톱10에 진입했다. 첫 올림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인상적인 성과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 만난 이나현은 “끝나서 후련한 마음이 크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그의 레이스는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보여줬다. 13조 인코스에서 출발한 이나현은 첫 100m를 10초47, 전체 8위 기록으로 통과하며 힘차게 출발했다. 첫 곡선과 직선 구간까진 깔끔했는데, 마지막 곡선에서 원심력을 이겨내지 못하며 살짝 속도가 줄었다.

이에 대해 이나현은 “경기 운영은 연습한 대로 잘 됐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록은 결국 내 부족함”이라며 “뒷심을 보완하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심 아웃 코스가 걸리길 바랐다. 결과는 어쩔 수 없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첫 올림픽이 그에게 희망을 안겼다. 이나현은 “두 종목 모두 톱10에 들었다는 건 희망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차근차근 준비하면 4년 뒤엔 포디움에 설 수 있지 않을까 자신감도 생겼다”고 힘줘 말했다.

첫 레이스였던 1000m 9위는 한국 선수 중 올림픽 최고 순위였다. 단거리와 중거리의 경계를 오가며 안정된 레이스 운영을 보여준 점은 고무적이다. 그는 “선수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경험을 얻었다. 큰 무대에서 배운 게 정말 많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무엇보다 500m에 대한 감정은 특별했다. 이나현은 “500m는 더 많이 준비했고 더 간절했다. 그래서 긴장도 더 됐지만 설레기도 했다. 끝나고 나니 오히려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첫 무대의 떨림은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경기 직후 그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도 4년 뒤였다. 이나현은 “4년 후엔 한 단계 더 발전한 선수로 돌아와 시상대에 서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 여자 단거리에는 한 시대를 지배했던 이름이 있다. ‘빙속 여제’ 이상화(37)다. 압도적인 스타트와 후반 유지력으로 빙판을 지배했던 전설이다. 2010 밴쿠버·2014 소치 500m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대한민국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통틀어 최초다.

이나현 역시 초반 100m에서 강점을 드러내며 ‘차세대 스프린터’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은 완성형이 아니지만, 스스로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보완하려는 자세는 성장 가능성을 방증한다.

밀라노에서의 9위와 10위는 메달은 아니지만, 분명한 출발선이다. 첫 올림픽에서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확인한 이나현은 이미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4년 뒤, 더 단단해진 레이스로 돌아올 그의 이름 앞에 ‘제2의 이상화’라는 수식어가 붙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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