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온, 韓 설상 종목 첫 올림픽 금메달
金 뒤엔 아버지의 헌신과 18년 동행 있었다
티격태격, 많이 싸우고 화해하는 ‘현실 부녀’
“내가 여기 있는 건 아빠 덕분, 감사하다”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많이 싸웠는데, 내가 여기 있는 건 아빠 덕분이다. 감사하다.”
티격태격 많이 싸웠다고 했다. 짜증 내는 딸과 다 받아준 아버지, 말 그대로 ‘현실 부녀(父女)’다. 쓰러지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가장 높이 날아오른 ‘강철 소녀’ 최가온(18·세화여고) 얘기다. 최가온은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곧장 관중석의 아버지에게 향했고, 자신의 목에 걸린 금메달을 조심스럽게 풀어 아버지 목에 걸어줬다.
최가온의 ‘금빛 드라마’는 그렇게 완성됐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한국 설상 종목 최초의 금메달을 따낸 순간, 그의 곁에는 늘 함께였던 아버지 최인영 씨가 있었다.

최가온의 우승은 순탄하지 않았다. 1차 시기에서 보드가 파이프에 걸리며 크게 넘어졌고, 2차 시기마저 완벽하게 마치지 못했다. 무릎에는 멍이 들었고, 다리를 절뚝였다. 충격이 워낙 커 눈물을 터뜨릴 정도였다.
딸의 모습을 지켜본 아버지는 “(가온이가) ‘이제 그만두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2024년 스위스 락스 월드컵에서 같은 기술을 시도하다 허리를 크게 다쳤던 장면이 데자뷔처럼 스쳤기 때문이다.
기우였다. 3차 시기에서 상황은 달라졌다. 최가온은 가장 높이 날았다. 90.25점을 받아 ‘롤모델’ 클로이 김(88.00점)을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아버지는 “1등을 바라기보다 다치지 않고 아름답게 끝까지 타기만을 바랐는데, 성공하는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고 미안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이 금메달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최가온이 7세 때 처음 스노보드를 접한 이후, 아버지는 방학마다 아이들을 슬로프로 데려가 직접 가르쳤다. 가족 모두가 보드를 즐기며 ‘스노보드 가족’으로 불릴 만큼 일상이 설원 위에 있었다.
딸의 재능을 일찍 알아본 그는 결국 하던 사업을 접고 훈련과 원정을 함께 다니는 선택을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클로이 김의 아버지를 만나 들은 조언이 마음을 움직였다. “딸은 옆에서 챙겨줄 때 더 잘할 수 있다”는 말에 그는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그 시간은 늘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훈련 과정에서 티격태격하기도 했다. 최가온은 14일 밀라노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에서 아버지께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아빠와는 어릴 때부터 함께였다. 아빠가 일을 그만두고 나와 함께 이 길을 걸어왔다”며 “아빠랑 싸우고 그만둘 뻔한 적도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도 아빠가 포기하지 않고 함께해줘서 내가 여기 있는 것 같다.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금메달리스트의 고백은 담백했지만 깊었다.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서로를 믿고 동행해왔다. 이미 누구보다 단단한 ‘원 팀’이다. 설원 위에서의 점프는 몇 초에 불과했지만, 그 점프를 가능하게 한 시간은 18년이었다. 최가온의 금빛 질주는 결국 한 아버지의 선택과 사랑, 그리고 끝까지 놓지 않은 손에서 시작됐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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