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온, 女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금메달’

韓, 첫 金이자, 설상 종목 역사상 최초

최가온 우상 ‘원조 여제’ 클로이 김의 품격

“클로이 언니가 축하해줘서 또 울었다”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클로이 언니가 끝나고 내려와 1위한 나를 꽉 안아줬다.”

가슴이 쓸어내렸다. 머리부터 떨어졌고,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들것이 들어왔다. 전광판엔 ‘DNS(Do not start)’가 떴다. 뛰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다시 출발대에 섰다. 그리고 펄펄 날았다. 18세 오뚝이 소녀 최가온(18·세화여고) 얘기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 최가온의 하루는 한 편의 영화와 같았다. 넘어지고, 울고, 이를 악물고, 결국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최가온은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기 당시 상황과 메달 획득 후 에피소드 등을 담담히 말했다.

1차 시기 추락 후 의료진이 투입됐다. 2차 시기 출전 여부를 두고 고민이 이어졌다. 코치는 ‘DNS를 하자’고 했다. 최가온은 “나는 DNS를 완전히 생각하진 않았다. 무조건 뛰겠다고 했다. 코치님의 권유로 일단 DNS가 표기됐다”며 “그래도 올림픽이니까, 이를 악물고 ‘뛰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설명했다.

생애 첫 올림픽이었다. 2차 시기 직전, 결단을 번복했다. 그리고 3차 시기에서 90.25점. 대한민국에 설상 종목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가장 먼저 달려온 것은 ‘우상’ 클로이 김(26·미국)이었다. 평창과 베이징에서 2연패를 달성한 이 종목 ‘원조 여제’다. 클로이 김은 최가온을 꽉 끌어안으며 축하했다.

그는 “클로이 언니가 자기 런을 끝내고 내려와 나를 보고 안아줬다. 그 순간 뭉클했다”며 “항상 좋은 말, 멘토 같은 조언을 많이 해줬다. 그때 또 눈물이 터졌다”고 말했다.

경쟁자이기 전에 선배였다. 클로이 김은 동메달을 확정한 오노 미츠키(22·일본)에게도 다가가 축하를 건넸다. ‘스노보드 여제’의 품격이었다. 최가온이 왜 그를 우상으로 꼽았는지, 이 장면 하나로 설명이 됐다.

‘금빛’ 질주를 펼치던 날, 리비뇨에는 함박눈이 내렸다. 최가온은 “입장 전에 눈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런데 경기 중이라 못 찍어서 너무 아쉬웠다”며 미소를 지었다.

대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우상’과 함께 내리는 눈을 감상했다. 그는 “시상대에서 클로이 언니와 ‘눈이 정말 예쁘다’고 했다. 둘이 사진도 함께 찍었다”고 밝혔다.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났다. DNS를 뒤집고 금메달을 만들었다. 그리고 우상의 품에서 또 한 번 울었다. 18세 오뚝이 소녀 최가온의 금메달은 점수 이상의 의미였다. 용기, 존중, 그리고 이어지는 세대의 포옹까지. 리비뇨의 눈발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따뜻한 장면이 완성됐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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