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경기도당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 이지은 안양지회장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던진 한 문장이 다시 논쟁의 불씨를 키웠다. “담배처럼 설탕에 세금을 매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른바 ‘설탕세’다.
당류가 첨가된 식품과 음료에 부담금을 부과하자는 구상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2021년에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다가 사회적 반발 속에 폐기됐다. 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이유는 분명하다. 국민 건강이라는 명분, 그리고 무엇보다 빠듯해진 재정 상황이다.
설탕세를 지지하는 쪽의 논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과도한 당 섭취는 비만·당뇨 등 만성질환을 유발하고, 이는 결국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설탕세 도입을 권고했고, 이미 100개가 넘는 국가가 이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된다. 하지만 문제는 정책의 ‘의도’가 아니라 ‘효과’다.
설탕은 담배와 다르다. 담배는 기호재지만, 설탕은 가공식품 대부분에 들어가는 핵심 원재료다. 설탕에 세금을 매기면 특정 소비를 억제하는 수준을 넘어, 식품 가격 전반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들이 지적하듯, 설탕이 포함된 식품 수요는 비탄력적이다. 가격이 올라도 소비는 크게 줄지 않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결국 설탕세는 ‘건강을 위한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되지만, 현실에서는 저소득층일수록 더 큰 부담을 지는 역진적 세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건강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물가 상승과 체감 부담을 키우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론조사 역시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조사에서 설탕세 찬성률이 80%를 넘었다는 결과가 소개됐지만, 불과 1년 전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는 찬성률이 60%에 못 미쳤다. 질문 문구가 ‘설탕세’에서 ‘설탕 과다 사용세’로 바뀐 것만으로도 응답이 크게 달라졌다. 이는 설탕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단단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더 근본적인 질문도 있다.설탕세는 과연 건강 정책인가, 아니면 재정 확보 수단인가.
이 대통령이 밝힌 대로 설탕세 수입은 지방·공공의료 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건강보험 재정이 곧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도 배경에 깔려 있다. 하지만 재정이 어렵다고 해서,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세금을 먼저 꺼내 드는 것이 정답인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건강을 위한다면 선택지는 세금만이 아니다. 식품 표시 강화, 어린이·청소년 대상 당류 규제, 건강 교육 확대, 식품업계의 자율 감축 유도 등 단계적이고 정밀한 정책 수단이 먼저 논의돼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 늘 가장 좋은 해법은 아니다.
설탕세 논쟁은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국민의 건강을 위한 정책인가, 아니면 세수를 위한 정책인가이다.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한 채 “해외도 한다”, “여론이 찬성한다”는 이유만으로 밀어붙인다면, 설탕세는 또 하나의 조세 갈등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건강을 말할수록, 정책은 더 정교하고 정직해야 한다.
세금은 언제나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특히, 국민의 일상에 직접 스며드는 세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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