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MBN의 초대형 제빵 서바이벌 ‘천하제빵’이 첫 방송부터 종편·케이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화제성 입증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프로그램은 ‘K-베이커리 서바이벌’이라는 거창한 수식어 뒤로 ‘흑백요리사’의 흥행 공식을 어설프게 답습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1일 첫 방송된 ‘천하제빵’은 닐슨코리아 기준 분당 최고 시청률 2.3%를 기록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시청률만큼 달콤하지 않다. 방송 직후 온라인상에서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아류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제작진은 ‘흑백요리사’를 촬영했던 스튜디오를 그대로 사용하는 대담함을 보였으나, 정작 원작이 가졌던 미덕은 놓쳤다는 지적이다. 특히 MC와 심사위원 구성에서부터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평이 나온다. MC로 나선 배우 이다희는 진행 능력과는 별개로 ‘빵’이라는 소재와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미지로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심사위원진 구성 역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이석원 명장과 프랑스 ‘올해의 파티시에’ 출신 김나래 셰프의 전문성은 인정받았으나, 브랜드 전문가 노희영, ‘흑백요리사’ 우승자 권성준, 오마이걸 미미의 조합은 전문성보다는 화제성과 브랜드 마케팅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경연의 디테일에서는 ‘흑백요리사’의 성공 요인을 벤치마킹하지 못한 아쉬움이 짙게 묻어났다. 원작 격인 ‘흑백요리사’가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을 띠면서도 셰프의 철학과 요리에 대한 깊은 ‘존중’을 중심에 뒀다면, ‘천하제빵’은 그 자리를 자극적인 ‘장치’로 채웠다.
가장 큰 패착은 시청자들의 원성을 산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이다. ‘흑백요리사’가 심사위원과 요리사가 눈을 맞추고 접시 위에 담긴 의도를 깊이 있게 교감했던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땀 흘려 만든 빵이 벨트 위에 실려 공산품처럼 이동한다. 심사 결과에 따라 기계적으로 분류되거나 폐기되는 연출은 빵과 만든 이를 철저히 분리하며, 음식에 담긴 온기와 장인 정신을 모욕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체성의 혼란도 문제다. 프로그램명은 ‘천하제빵’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빵(Bread)과 제과(Dessert)가 명확한 구분 없이 뒤섞였다. 각 분야의 고유한 전문성을 세밀하게 파고들었던 전작의 태도와 달리, 식사 빵을 만드는 장인 옆에서 디저트의 화려함만을 겨루는 모습은 치열한 서바이벌이라기보다 단순한 눈요기용 장기자랑으로 전락했다는 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의 면면과 실력은 눈길을 끌었다. 총 72명의 도전자 중에는 모델 출신 박둘선, 아나운서 이혜성 등 방송인 출신 베이커들이 등장해 진정성 논란과 호기심을 동시에 자극했다.
다행히 경연이 본격화되면서 실력자들의 진가는 드러났다. 1라운드 ‘시그니처 빵 만들기’ 미션에서 ‘망원동 빵대장’ 정정훈과 ‘방앗간 빵쟁이’ 정남미는 각각 구황작물을 활용한 빵으로 호평받으며 합격했다. 특히 ‘흑백요리사’ 최광록 셰프 닮은꼴로 불린 임동석은 겉바속촉의 ‘소금 치아바타’로 이석원 명장에게 “오늘 먹은 빵 중 최고”라는 극찬을 받으며 만장일치 통과해 기대주로 떠올랐다.
반면, ‘광장시장 갈릭 여신’ 김은희와 ‘하트 티라미수’의 나수지는 텍스처 분리와 온도 조절 실패 등으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특히 플레이팅 디저트를 선보인 오세성은 맛의 조화를 이유로 ‘심사 거부’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기도 했다.
‘천하제빵’은 화려한 세트와 출연진, 자극적인 편집으로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제빵 버전 흑백요리사’라는 오명을 벗고 진정한 ‘K-베이커리’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보여주기식 연출보다는 빵과 만드는 사람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시급해 보인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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