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손 없는 날’ 총 68일… 길일(吉日)이 만든 이사 비용의 ‘구조적 덫’
마음의 안정이냐, 주머니 사정이냐… ‘손 없는 날’이 부추기는 무리한 웃돈

한국 사회에서 이사나 결혼 등 대사를 앞두고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바로 ‘손 없는 날’이다. 여기서 ‘손’은 인간의 활동을 방해하는 악귀를 뜻한다. 귀신이 활동하지 않는 길일을 골라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이 민속 신앙은 오랜 시간 한국인의 심리적 이정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 전통은 뜻밖의 ‘경제적 부담’으로 전이됐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철저히 지배하는 이사 시장에서 ‘손 없는 날’은 곧 ‘웃돈 주는 날’로 통한다. 실제로 이 시기 이사 비용은 평소보다 20~30%가량 할증이 붙는다. 같은 노동력을 투입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길일’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다.
2026년 한 해 동안 ‘손 없는 날’은 총 68일이다. 민속 신앙을 믿지 않는 이들은 가급적 이 날을 피하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급하게 날짜를 잡아야 할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할증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법적 근거도 없는 관행이 업체와 일부 수요자에 의해 고착화되면서, 시장의 구조적 결함으로 자리 잡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길일을 택해 심리적 안정을 얻는 순기능을 부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마음의 평안을 찾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전통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소비자에게 무리한 할증 비용을 전가하는 행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대목이다.
전통은 삶을 풍요롭게 해야지, 가계에 부담을 주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업계 전반의 합리적인 가격 가이드라인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사철만 되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진풍경이 있다. 달력을 펼쳐 들고 ‘손 없는 날’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그 수요를 기다렸다는 듯 널뛰는 이사 비용이다. 민속 신앙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이 기묘한 ‘길일 프리미엄’을 우리는 언제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까.
본래 ‘손 없는 날’의 ‘손(損)’은 날짜에 따라 동서남북으로 옮겨 다니며 인간의 일을 방해한다는 악귀를 뜻한다. 귀신이 쉬는 날을 골라 대사를 치름으로써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 그 자체는 나무랄 데 없는 우리 고유의 민속 정서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을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이 소박한 믿음이 시장 경제와 만나면서부터다. 2026년 한 해 동안 ‘손 없는 날’은 총 68일. 이 날짜들은 이사 업계에서 이른바 ‘대목’으로 통한다. 수요가 몰린다는 이유로 평소보다 20~30%의 할증이 붙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똑같은 짐을 옮기고 똑같은 노동력을 투입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귀신이 없는 날’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는 수십만 원의 웃돈을 지불해야 한다.
이것은 정당한 서비스 비용인가, 아니면 구조적 결함을 이용한 폭리인가. 민속 신앙을 믿지 않는 합리적 소비자들조차 일정상의 제약으로 인해 이 날을 선택해야 할 때 느끼는 박탈감은 상당하다. 법적 근거도 없는 ‘길일 할증’이 버젓이 시장 가격을 지배하는 현상은 전근대적 관습과 자본주의적 상술이 결합한 기형적 풍경이다.
물론 업계 입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내세울 것이다. 하지만 전통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계에 부담을 주는 ‘경제적 족쇄’가 된다면 그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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