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친절한 추리 소설 한 편을 읽는 듯하다. 스크린에 펼쳐진 한 편의 추리극이 숨 가쁘게 오간다. 여기에 여성 서사까지 더해졌다. 고혜진 감독의 입봉작 ‘하얀 차를 탄 여자’가 서스펜스를 예고했다.

‘하얀 차를 탄 여자’는 피투성이 언니를 싣고 병원에 온 도경(정려원 분)이 경찰 현주(이정은 분)에게 혼란스러운 진술을 하면서 모두가 다르게 기억하는 범인과 그날의 진실에 다가가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29일 개봉한다.

작품은 흉기에 찔려 피투성이가 된 은서(김정민 분)를 싣고 응급실을 찾은 도경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형부 될 사람’이라는 진만(강정우 분)으로부터 언니가 공격당했다는 진술을 하는 도경은 어딘가 불안한 모습이다.

심지어 도경이 데려온 은서는 친언니가 아니다. 실제 도경의 친언니 미경(장진희 분)은 행방이 묘연하다. 예비 형부라는 진만도 자취를 감춘 상태다. 심지어 깨어난 은서 역시 도경과는 다른 진술을 한다.

과연 도경과 은서를 공격한 범인은 누구일까. 현주는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그날의 진실을 찾아 나선다.

작품의 첫인상은 ‘잘 짜인 추리 소설’이다. 앞서 JTBC 드라마 ‘검사내전’ ‘로스쿨’,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예능 ‘크라임씬2’ 등으로 조연출 경력을 쌓은 고혜진 감독의 내공이 잘 드러난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각기 다른 진술을 하며 진실을 찾아가는 구조는 관찰자 현주의 시선을 따라가게 된다. 도경과 은서의 진술과 현주가 발견하는 단서들은 교차로 등장한다. 이어 마침내 한자리에 모여 진실이 되는 순간 하나의 그림이 완성된다.

여기에 여성 서사까지 더해졌다. 가정 폭력 피해자인 현주는 도경의 아픔을 감싸 안는다. 도경이 가장 필요로 하는 위로를 전해주는 것도 현주이며, 그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 역시 현주다. 두 인물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서로의 이야기를 완성해준다. 중반부 드러나는 은서의 이야기도 이들을 더욱 결속력 있게 묶어준다.

연기 역시 부족함이 없다. 정려원은 뒤죽박죽이 된 기억에 혼란을 겪는 도경의 모습을 처절하게 연기한다. 이정은은 덤덤하지만 마음 속 깊은 아픔을 숨겨둔 현주의 묵직함을 그려낸다.

다만 이야기의 과한 친절함은 다소 옥에 티다. 추리물에 있어선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고의적인 빈틈도 필요하다. 하지만 ‘하얀 차를 탄 여자’는 ‘어?’라는 의문점을 느끼는 동시에 바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이에 대한 해설이 따라붙는다. 알찬 스릴러물임과 동시에 관객에게 해석의 자유와 상상력을 위한 약간의 틈은 필요해 보인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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