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캐릭터 전성시대’…일상 공감 ‘힐링 포인트’

[스포츠서울 | 표권향기자] MZ세대 사이에서 최근 가장 유행한 MBTI 밈은 “너 T야?”. 이는 감정적 공감을 중시하는 F유형의 사람들이 사실 기반 사고를 중시하는 이에게 T유형이냐고 묻는 것으로, ‘상대방이 어떤 주제에 대해 공감해주지 않아 서운하다’는 표현으로 자주 쓰인다. 이 같은 유행어에서 알 수 있듯, MZ세대는 SNS를 중심으로 활발한 소통을 통해 서로 공감하고 위로받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힐링 트렌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캐릭터다. 과거 어린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각종 캐릭터는 최근 귀엽고 친근함을 통한 힐링 트렌드를 타고 MZ세대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캐릭터 전성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MZ세대의 ‘픽’을 받은 캐릭터는 귀여운 외모 외에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의 콘텐츠를 통해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F형’ 캐릭터라는 점이다. 솔직하게 속마음을 말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캐릭터의 모습에서 ‘나’와 비슷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캐릭터는 SNS 콘텐츠나 ‘짤’, 이모티콘 등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 ‘반전매력’ 글로벌 Z세대 취향 저격 ‘미니니’

IPX(구 라인프렌즈)의 인기 캐릭터 IP ‘미니니’는 점으로 간신히 표현된 눈·코·입과 발그레한 볼, 쥐콩만한 크기, 말랑쫀득한 체형으로 ‘하찮은 귀여움’을 매력으로 내뿜으며 글로벌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미니니는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에서 숏폼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의 일상을 필터링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일상 속 에피소드처럼 친근하게 풀어내 공감을 자아낸다. 지친 하루를 보낸 ‘레니니’가 귀가하자마자 혼자만의 댄스파티를 여는 인프피(INFP)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거북목이 되어가는 모습과 공들여 맛집 인증샷을 찍는 모습, 친구들과 함께 ‘슈퍼샤이 챌린지’나 ‘슬릭백 챌린지’에도 참여하는 등 일상을 보는 듯한 콘텐츠로 Z세대의 공감을 얻고 있다.

SNS 콘텐츠를 기반으로 글로벌 팬덤을 형성한 미니니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지난 3월 ‘아티스트들의 작업실을 습격한 미니니’라는 ‘장꾸력’ 넘치는 콘셉트로 팝업 전시 ‘minini ATTACKS ARTISTS’를 운영했다. 최근에는 IPX가 명동에 위치한 만화의 거리 ‘재미로’에서 미니니와 함께 귀엽고 유쾌한 바이브를 전하는 ‘리바이브’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토베이, 바즈본 등 Z세대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 7팀과 협업해 명동 골목과 건물 외벽에 공감과 힐링을 담은 스토리 벽화를 선보였다. 재미로 골목을 힙한 포토존으로 탈바꿈시킨 작품들은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Z세대 뿐 아니라, 명동을 찾은 관광객에게 인생사진 성지로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 24일 세로수길에 오픈한 IPX의 새로운 스토어 ‘라인프렌즈 스퀘어 신사’에서도 ‘미니니의 집들이’라는 콘셉트의 다양한 포토존과 이벤트로 집들이 파티에 온 ‘잉간(인간) 미니니 친구들’을 반기며 인증샷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또한 미니니는 초록공룡 ‘브라키오’로 유명한 조구만 캐릭터, ‘노티드’와 함께 한 브랜딩 작업으로 잘 알려진 아티스트 ‘이슬로’와 협업을 통해 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백참인형, 키링, 파우치 등을 선보였다. 이 밖에도 최근 케이스티파이, 에어서울, CU, 롯데 빼빼로 등 다양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온·오프라인에서의 접점을 넓혀가며 공감과 힐링을 주는 대표 캐릭터로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 “가끔은 망그러져야 인생이지” 일상 속 위로 전하는 ‘망그러진 곰’

카카오톡 이모티콘 시리즈와 인스타그램 만화로 연재 중인 ‘망그러진 곰’은 삐뚤빼뚤한 선으로 그려져 어딘가 망그러져 보이는 망글곰의 일상을 통해 완벽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인 유랑이 스스로 완벽하지 않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그리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망글곰의 평범한 일상 속 유머코드와 힐링코드로 MZ세대 팬층을 모으고 있다. 콧물방울을 만들며 울다가도 부모님과 친구의 다정한 한마디, 맛있는 음식, 귀여운 고양이로 금세 행복해지는 순수한 망글곰의 모습에 댓글창은 항상 독자들의 소소한 웃음과 따뜻한 위로의 말로 가득하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단행본 ‘망그러진 만화’는 여전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킬 정도로 꾸준히 인기다. MZ를 겨낭하는 다양한 업계와의 컬래버레이션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 CU가 출시한 망그러진곰 패키지의 샌드위치와 플래너는 하루 100개 한정 수량으로 판매돼 ‘초레어템’으로 찐팬들의 소장욕구를 자극했다. 지난 9월 출시된 우리카드 망그러진곰 한정판 디자인도 출시 전 인스타그램 채널에서 실시한 고객 선호도 조사에 약 3만명이 참여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 ‘혹독한 현생’ 2030 직장인 마음 녹이는 ‘먼작귀’

혹독한 현실을 반영한 세계관으로 2030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캐릭터도 있다. 만화 ‘먼작귀’(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의 주인공 햄스터 ‘치이카와’, 고양이 ‘하치와레’, 토끼 ‘우사기’는 여느 만화와 같이 귀여운 외모와 온순한 성격을 가졌지만, 이들이 사는 세계는 현실 MZ세대가 살아가는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생계를 위해 일하고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힐링하고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는 모습까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현생’을 살아간다. 이에 MZ 직장인들이 공감과 위로를 받으며 팬덤을 형성 중이다. 일본에서의 열풍을 타고 국내에도 방영되면서 트위터 등 SNS에서 애니메이션 영상과 ‘짤’이 공유되고 있다.

먼작귀는 지난 11일 빼빼로데이를 맞아 MZ세대 소비자를 잡기 위해 캐릭터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선보인 유통업계의 선택을 받으며 대세 캐릭터임을 증명했다. 세븐일레븐이 출시한 먼작귀 패키지 디자인의 빼빼로 상품뿐 아니라, 스티커세트 등 각종 굿즈가 전국에서 품귀 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SNS 인증샷이 쏟아졌다. SNS에 오픈 소식이 알려지자 마자 2만회 이상 공유된 먼작귀 공식 팝업스토어는 지난 24일 신촌 현대백화점 유플렉스에서 오픈런을 일으키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NS를 통해 자기 표현과 소통에 적극적인 MZ 소비자들이 주변인과 함께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감성소통이 중요해지면서 일상 속 공감을 줄 수 있는 캐릭터 IP의 인기와 브랜드 협업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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