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식품업계를 강타한 제로슈거 열풍이 잠시 멈칫하고 있다. 지난 14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제로슈거 음료에 첨가되는 ‘아스파탐’을 최종 ‘발암가능물질’ 2B군으로 지정해, 식품업계 대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 성수기에 ‘발암 가능 물질’ 논란이 거세지자, 막걸리 제조사들은 때아닌 어려움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아스파탐이 위해성 여부와 관계없이 발암 가능 물질 2B군으로 분류됐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소비자들에겐 공포감이 엄습할 수 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업계와 막걸리 업계가 현재 타 감미료 대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연유로 업계는 전체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막걸리협회는 농식품부의 이 같은 발표에 “감미료 사용량이 적어 대체에 따른 수급, 가격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막걸리 맛 변화 연구, 품목 제조 변경 신고, 라벨 교체 등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180~200배 가량 단맛을 내는 식품첨가물이다. 특히 막걸리 주원료로 쓰이는 만큼, 아스파탐이 아닌 다른 감미료를 사용할 경우 막걸리 고유의 맛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막걸리 85%는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장수 생막걸리를 생산하는 서울장수는 ‘달빛유자’를 제외한 제품에 아스파탐을 극소량 첨가하고 있다. 지평주조는 생쌀막걸리와 생밀막걸리 2종에, 국순당은 생막걸리와 대박막걸리 2종에 아스파탐을 넣는다.

문제는 이미 많은 막걸리에 아스파탐이 원료로 사용되고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스파탐이 아닌 대체 감미료를 사용할 경우 추가 연구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 같은 혼란에 막걸리 업계는 아스파탐을 계속해서 첨가할지, 혹은 대체 감미료를 찾을지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막걸리협회는 지난 14일 농식품부 입장문을 통해 “감미료 사용량이 전체 용량의 약 0.01%”라고 밝혔다.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됐지만, 함유된 아스파탐 용량은 대개 100㎎ 미만으로 극소량에 해당된다는 뜻이다. 이를 재해석하면 섭취 허용량 기준이 바뀌지 않은 만큼, 아스파탐 대체재 적용도 필수가 아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이에 소비자들은 막걸리 업계가 아스파탐을 계속해서 첨가할지, 혹은 대체 감미료를 이른 시일 내에 찾아 새롭게 출시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미 제과업계에선 대체재 적용이 필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아스파탐을 대신할 감미료를 발 빠르게 찾고 있다.

막걸리 업계가 아스파탐이 소량이라고 문제를 배제하기엔 자칫 소비자들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줘, 외면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부분 영세업체로 구성된 막걸리 제조업에서 대책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 진퇴양난의 상황인 셈이다.

건강 트렌드 열풍과 맞물려 한때 ‘건강하게 마신다’는 느낌의 ‘제로슈거’가 강조되며, 아스파탐을 첨가했던 식품업계다. 하지만 아스파탐이 공식 ‘발암가능물질’ 2B군으로 지정되면서, 소비자들은 서둘러 ‘제로슈거’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WHO가 “아스파탐은 ‘제한적’이지만 고용량·장기 사용은 삼가야 한다”라고 발표한 만큼, 막걸리와 같은 주류는 장시간 동안 마시는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가 필요할 수 있다.

반면 0.01% 함량일 뿐인데, 과도하게 위험성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도 볼 수 있다. 아스파탐은 식약처에서 허용된 식품 첨가물이고, 극소량 사용할 경우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아스파탐으로 인해 건강에 위해를 끼치기 위해선 60㎏인 성인이 다이어트 콜라(1캔 250㎖·아스파탐 약 43㎎ 기준)를 하루에 55캔 이상을 매일 마셔야한다. 사실상 하루에 이렇게 많은 양의 섭취는 불가능하기에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아스파탐 일일섭취허용량(ADI)만 지킨다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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