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26일 개봉하는 이병헌 감독의 신작 ‘드림’을 관람하는 아이유의 팬들은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톱스타 박서준·아이유 공동주연으로 홍보한 작품이지만 아이유의 분량이 예상 외로 적기 때문이다.

‘드림’은 2010년 브라질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한 한국 노숙인들의 실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아이유는 극 중 홈리스 월드컵 선수들을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기획 중인 이소민PD를 연기한다.

소민은 극중 대사처럼 ‘열정을 최저임금에 맞추고’, ‘학자금 대출 때문에 인생이 정체된’ 인물이다. 한국의 월드컵 우승보다 자신이 기획한 다큐멘터리 시청률을 위해 축구계에서 퇴출위기에 처한 홍대(박서준 분)를 감독으로 캐스팅하고 선수들 역시 실력보다 ‘불쌍한 사연’ 위주로 뽑는다.

영화는 월드컵에 참전한 노숙인들의 사연과 이들이 역경을 이겨내고 축구로 하나가 되는 사연에 집중한다. 그러다보니 아이유의 분량은 초반 선수 선발과정에서 홍대와 신경전을 벌이는 것 외에는 미미하다.

하지만 아이유는 자신의 분량이 적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드림’은 홍대와 소민이에게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다. 노숙인 개개인의 사연이 있어야 하기에 아쉬움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소민이가 이 팀을 모았기에 팀이 탄력을 얻을 수 있었다. 나도 내 역할이 조력자라는 걸 분명히 알고 촬영에 응했다. 영화 속 나의 연기 폭이 전작들만큼 크지 않지만 유의미한 변화가 있는 작품이다.”

아이유가 ‘드림’의 대본을 처음 받은 건 4년 전이다. 배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마친 뒤였다.

그는 “어둡고 사연 많은 역할을 주로 연기하다 보니 밝은 역할에 대한 갈망이 있던 시기였다”며 “소민이는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 중 가장 사연이 적었다. ‘드림’을 촬영하면서 내 자신이 ‘심플’해지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촬영이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19년 크랭크인했지만 코로나19로 제작이 중단돼 배우와 스태프들이 ‘헤쳐 모여’를 반복했다.

아이유는 “28살에 촬영을 시작했다 중단하고 29살에 다시 찍어 30살에 마쳤다”며 “그 사이 볼살이 쏙 빠졌다”고 웃었다. 그러다보니 ‘드림’보다 더 늦게 촬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2022)가 아이유의 영화데뷔작이 되고 말았다.

이병헌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시청한 관객이라면 극 중 소민의 말투가 ‘멜로가 체질’의 소민(이주빈 분)과 흡사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아이유는 “영화 초반 소민이는 가식적이고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가면을 쓴 영혼없는 사회인의 모습”이라며 “하지만 중반부부터는 선수들에게 동화돼 월드컵팀에 마음을 열고 열정을 불어넣어준다. 감독님도 이때부터 소민이의 진짜 얼굴과 목소리를 드러내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극중 소민은 직접 경기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카메라를 통해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이들을 하나로 만드는 축구의 매력에 빠진다,

아이유는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이 월드컵 시즌에 열기를 발산하게 만드는 게 축구의 매력이다. 둥근 공이 골대 안에 들어갔을 때 서로 부둥켜안고 끌어안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의 최애 팀은 ‘한국 월드컵 국가대표’팀이다.

◇가수와 연기자 성공, 아픔 겪는 K팝 동료 후배들 “나만의 공간 마련해라” 조언

아이유는 2000년 이후 데뷔한 가수 중 가수와 연기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성공한 스타로 꼽힌다. 솔로 여가수 최초로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단독콘서트를 가졌고 상업영화 데뷔작인 ‘브로커’로 세계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대다수 연예관계자들은 그의 성공비결로 빼어난 안목과 철저한 자기관리를 꼽는다.

“한때는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연습생 때부터 썼던 일기가 마인드 콘트롤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지금 겪는 힘듦이 예전에 이겨낸 감정이라는 걸 리마인드하며 극복하려고 한다. 요즘에는 하는 일들이 체계화되고 컨디션도 좋아서 일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아이유와 인터뷰를 한 날 또다른 K팝스타 아스트로 멤버 문빈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019년 절친한 동료였던 에프엑스 설리를 먼저 떠나보낸 아픔을 겪었던 아이유는 문빈의 비보에 인터뷰에 대한 보도유예를 요청하기도 했다.

시종일관 모든 질문에 밝고 유려하게 답했던 그는 문빈과 관련된 질문에 잠시 목이 메어 더듬기도 했다.

“10대 때부터 가수로 일하며 동료들이 왜 힘들어하고, 마음이 다쳐 움츠러드는지 직접 봤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직업과 자아를 분리하기 힘든 직종이다. 매 순간 대중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 타인이 보는 자신과 스스로 바라보는 자신에 대한 분리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스스로를 내려놓을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직업윤리도 중요하지만 숨이 찰 정도로 직업인으로만 바라보지 않길 바란다.”

실패한 인생처럼 보이는 노숙인들이 축구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는 영화 ‘드림’. 어쩌면 이 영화는 지금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K팝 스타들에게 가장 필요한 영화일 듯 하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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