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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세계적인 주거문화 트렌드는 집약적·고밀적·고층화 된 일명 ‘콤팩트 시티’다. 대부분 국가들이 성장하는데 있어 특정 도시를 거점개발로 시작해 그 파급효과를 통한 균형개발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점점 더 도시권의 개발제한구역을 풀고 공급만을 늘려갈 뿐, 도시의 자연환경은 사라지고 도시 과밀화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인구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개발되는 신도시들은 꼭 ‘콤팩트 시티’로 만드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물론 지금도 신도시 개발을 기획할 때 아파트 부지와 단독·다가구 주택 구역을 나눠서 토지를 공급한다. 그러나 전체 한 도시가 ‘전원도시’가 되는 것은 어려운 것일까? 신도시하면 아파트부터 떠올려지는 오늘날 다른 개념의 신도시에 대해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다.
전원도시의 개념은 오랫동안 도시계획가들이 연구해왔으며 실제 사례도 있다. ‘내일의 전원도시’라는 책 저자이자 영국의 영향력 있는 도시계획가인 에버너저 하워드는 1998년에 ‘전원도시 이론’의 개념을 제시했다. 산업혁명이후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도시 환경이 점점 열악해지고, 흑사병 같은 전염병 등의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던 시기였다. 또한 당시는 도시로 노동인구가 몰리면서 농업경제가 침체되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전원도시의 개념은 도시와 농촌의 장점을 결합해 새로운 생활과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것이었다. 특히 하워드는 단순히 개념만 제시하지 않고, 실제로 땅을 구입해서 계획된 신도시를 만들었다.도시의 기본 골격은 방사형도로와 환상형 도로를 갖고 있으며, 도심에는 정원 공공시설을 설치하고 외곽에는 공장을 설치했다. 규모는 6000에이커로 약 730만평에 해당하는 크기로 인구는 3만2000명으로 제시했다. 이 중 도심은 1000에이커로 농촌 및 그린벨트는 5000에이커로 둬 도심에 비해 농촌이나 그린벨트의 면적을 넓혔다. 우리나라로 보면 과천시가 약 1085만평, 인구가 7만8300명 정도로 한 도시가 형성됐을 때 가장 비슷한 규모로 볼 수 있다.
하워드가 제시한 도시 개발의 규모 및 목적은 쾌적하고 자족적인 신도시 건설과 인구 분산이다. 이렇게 탄생한 도시가 영국 잉글랜드 남동부에 위치한 ‘레치워스가든시티’다. 이 도시는 세계 최초의 ‘가든시티’이자 뉴 타운 중 하나로서 미래의 도시계획과 뉴 타운 운동에 많은 큰 영향을 미쳤다. 이와 비슷한 접근법을 택한 웰린 가든시티에 영향을 미쳤고 호주의 수도 캔버라, 독일 헬레라우, 핀란드의 소읍 타파닐라, 라트비아의 메자파크스 등 세계 각지 다른 프로젝트의 본보기가 됐다.
우리나라의 역시 많은 도시계획가들이 하워드의 전원도시 영향을 받고 연구한다. 그들 역시 신도시를 개발하고 자문하는 데 있어 인구 분산이나 도시의 쾌적성 등을 추구한다. 그러나 전원도시라는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이 전원도시가 우리나라의 신도시 개발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신도시 개발은 여전히 위에서 아래로 개발하는 형식으로, 계속해서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을 거주시키는 고밀화 개발 위주로 진행된다. 이는 훗날 얼마나 큰 부작용의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현 시점에 바로 ‘래치워스가든시티’처럼 전원도시를 개발하는 것이 가능할까? 필자를 비롯한 주변 지인들의 경우 도시의 고밀화 된 아파트의 삶보다 양평 전원주택의 삶에서 훨씬 더 높은 주거 만족을 얻고 있다. 물론 전원생활에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근본적인 이유는 도시계획적인 부분에 있다고 생각한다. 전원생활에서는 직장, 교육시설, 종합의료서비스 등의 접근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이는 최근 기술과 교통의 발달로 해소되고 있는 추세다. 이를 증명하듯 단독주택 거래량은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늘고 있다. 비대면 근무와 수업은 오히려 물리적거리가 아닌 더욱 가까운 직주근접을 실현했고, 비대면 진료도 빠르게 성장중이다. 당장 이상적인 전원도시 개발은 어렵지만 앞으로의 실현 가능성은 충분히 높아지고 있다.
계속해서 콤팩트화 된 주택공급만 늘어난다면 먼 미래에는 지방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빈집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다시 재건축 시기가 돌아와 고층화 된 아파트를 저층화 시킬 때는 사유재산의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의 신도시 개발처럼 무조건적인 고밀화 및 자본의 도시 집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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