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막식 참석하는 시진핑 주석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오른쪽)이 지난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의 제스처가 공교롭다. 베이징(중국)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중국산 제품이 그렇지 뭐.”

공산품 얘기가 아니다. 인공 얼음과 눈으로 국제 메가스포츠 이벤트를 치르고 있는 2022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자국잔치로 전락하고 있다. “그렇지 뭐”에는 중국에 대한 비난과 비하가 담겨있다. 눈을 감고 귀를 닫으며 균형감을 잃어버린 중국만 모른다.

이번 올림픽은 예상을 뛰어넘는 파행으로 얼룩지고 있다. 심판의 편파 판정까지 더해 역대 최악의 올림픽 오명을 쓸 수도 있다. 전 세계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오히려 중국 네티즌은 적반하장 식으로 인신공격을 마다하지 않는다.

[올림픽] 응원하는 중국 관중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에서 중국 관중이 자국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베이징(중국) | 연합뉴스

이른바 ‘버블 세대’로 불리는 중국의 주링허우(1990년 이후 출생자)·링링허우(2000년 이후 출생자) 세대는 중국이 세계 최강이라는 교육을 받고 자란데다 이전에 비해 풍족한 생활을 해 중화사상을 신념처럼 여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동북공정을 기반으로 한 강한 애국주의 교육을 받은 이들이라 중국을 최고로 인식하고 있다.

시쳇말로 ‘공산당식 교육’이 자본주의의 물질과 시너지효과를 일으켜 샤오펀홍(小粉紅·맹목적 애국주의를 분출하며 공격적 성향을 띤 중국의 네티즌) 같은 괴물을 낳았다. 마오쩌둥(毛澤東)이 1960년대 공산주의 문화혁명 전개를 위해 창설한 홍위병(紅衛兵)의 21세기 버전으로 보이는 게 당연하다.

[올림픽] 박장혁 부상 우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박장혁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 1조 경기에서 역주하던 중 넘어져 들것에 실려나가고 있다. 베이징(중국) | 연합뉴스

버블 세대에 ‘중국의 위대함’을 증명하기 위해 개최한 것이 이번 동계 올림픽이라는 데 이견을 제시하는 이는 거의 없다. 동계 올림픽 개최로 중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같은 도시에서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치른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그 장소가 중국의 수도이니, 국가체제와 정치이념에 대한 버블 세대의 충성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 중 중국이 메달을 노리는 종목은 철저한 들러리로 전락할 것이라는 영화 같은 시나리오가 개막 초반부터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에 비난의 대상이 되는 ‘중국산’의 품질저하도 중국의 야욕을 채우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쇼트트랙 경기가 열린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은 매 경기 넘어지는 선수가 속출하고 있다. 지나치게 단단해 스피드를 내기는 좋지만, 그만큼 균열이 일어나기 쉽게 만들어 최악의 빙질이라는 평가다. 스키와 스노보드 등 설상 종목에서도 건조하고 미끄러운 인공 눈에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잇따라 실격하는 등 올림픽의 품격이 떨어지고 있다.

[올림픽] 화려한 개막식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베이징(중국) | 연합뉴스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의 천자(天子)가 모든 이민족을 교화해 세상의 질서를 유지한다는 ‘천하국가관’을 전 세계에 적용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오죽하면 이번 올림픽을 ‘눈 뜨고 코 베이징’으로 표현할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자본과 정치논리에 휘둘리며 중국의 진짜 수준이 만천하에 드러나며 조롱받고 있다. 세계 스포츠 행정의 아이러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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