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바람의 손자\' 이정후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외야수 이정후. 서울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그때 마치 제가 우승한 것처럼 친구들한테 자랑했었죠.”

스포츠는 세대와 세대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올림픽과 같은 큰 무대는 특히 그렇다. 2008년 여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는 한국야구의 더할나위 없는 자양분이 됐다. 당시 정상에 오른 대표팀 선수들을 보고 꿈을 키웠던 초등학생들이 이제는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고 선배가 이룩한 업적을 재현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미 대표팀 핵심전력이다. 이정후(23)와 강백호(22) 모두 다가오는 도쿄 올림픽에서 상위타순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올시즌 성적만 봐도 그렇다. 이정후는 79경기 타율 0.346 OPS(출루율+장타율) 0.947, 강백호는 타율 0.395 OPS 1.072를 기록 중이다. 1년 차이로 프로에 입성했고 나란히 신인왕을 수상했으며 이제는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그리고 이들 모두 책임감을 강조한다. 처음 야구 선수 꿈을 키웠던 초등학생 시절을 돌아보며 지금 초등학생들에게 꿈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정후는 올림픽 대표팀 합류가 확정된 시점에서 “베이징 올림픽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올림픽 야구 9경기를 다 챙겨봤다. 경기를 보면서 나도 커서 꼭 국가대표 선수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면서 “금메달을 따고 나서는 너무 좋았다. 다음날 학교에서 마치 내가 우승한 것처럼 친구들에게 자랑도 했다”고 어느 때보다 한국야구가 뜨거웠던 여름을 회상했다.

이어 이정후는 “이번에 나도 지금 어린 친구들에게 이런 소중한 추억을 주고 싶다. 야구 인기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가 많지 않나.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야구 인기가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다”며 디펜딩 챔피언 임무를 완수해 다시 한 번 야구 르네상스가 열리기를 희망했다.

[올림픽] 인터뷰하는 강백호
도쿄올림픽 야구 국가대표팀 강백호. 서울 | 연합뉴스

강백호도 마치 이정후와 입을 맞춘 듯 이제 야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선수들을 응시했다. 그는 지난 20일 고척돔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에 앞서 “나 또한 흔히 말하는 베이징 키즈다. 초등학교 시절 베이징 올림픽을 보고 야구를 시작했다”며 “당시 선배님들의 멋진 플레이로 우리가 챔피언이 됐다. 그리고 이제는 디펜딩챔피언이다. 지금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후와 강백호가 그랬듯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한국야구는 리틀야구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전국 곳곳에 리틀야구 클럽이 창단했으며 야구인구도 부쩍 늘었다. 그리고 이는 고스란히 KBO리그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정후와 강백호 외에도 최근 4, 5년 동안 프로에 입단하는 신인들의 기량이 이전보다 월등히 나아졌다. 이번 대표팀 선수 중 이정후와 강백호 외에 고우석, 김혜성, 원태인, 이의리, 김진욱 등도 베이징 키즈에 해당된다.

이번 도쿄올림픽 결과가 10년 후 한국야구의 모습을 결정할지도 모른다. 이정후 혹은 강백호가 베이징 올림픽 김현수처럼 적시타를 터뜨린다면 수많은 초등학교 선수들이 제2의 이정후, 제2의 강백호를 마음속에 새길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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