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성백유전문기자]개혁의 기치를 높이며 정의를 소리쳤던 젊은빙상인연대의 겉과 속이 다른 실체가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결성 초기의 참신했던 구호는 사라지고, 연대가 깨져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정황도 뚜렷하다.

빙상 훈련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가 쉼 없이 트랙을 돌며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김도훈기자dica@sportsseoul.com(스포츠서울 DB)

젊은빙상인연대는 얼음판에서 구타, 성폭행 등은 물론 비리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개혁을 이끌었던 조직이다. 그랬던 이 단체는 지난 9월 성남시 탄천빙상장 코치 폭력사건에 대한 본지의 보도와 10월 KBS와 일요신문의 추가 보도, 그리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파헤쳐진 사태의 진실에 대해선 무슨 이유인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빙상의 인권 파수꾼’을 자처한 젊은빙상연대 여준형대표 역시 애써 말을 아끼고 있다. 빙상의 비리와 반인권적 행태에 날선 비난을 쏟아붓던 여 대표의 평소 태도와는 사뭇 달라 의구심이 생길 만하다.

이에 대해 여 대표는 “빙상이 너무나 비판을 많이 받아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성남시 사건이 제대로 조사됐으면 좋겠다”고 궁색한 이유를 댔다. 2년 전 서슬퍼런 발언을 쏟아낼 때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한때 자신들의 지지축이었던 성남시 빙상의 폭행사건에 입을 다물고 있는 행동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법적 자문을 통해 젊은빙상인연대의 개혁에 동참해 온 박지훈변호사의 용기있는 고백은 위선의 탈을 쓰고 있는 이 단체의 실체를 밝히는 결정적 도화선이 됐다.

“빙상계를 정빙한다고 나섰던 그들의 목표가 언제부터인지 불분명했다. 개혁의 명분을 잡아 인권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을 이용했다. 그래서 결별했다.”

젊은빙상인연대의 일원으로 힘을 실었던 전 국가대표 김아랑, 이한빈,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A씨 등도 약속이나 한 듯 “이제는 젊은빙상인연대와 함께하지 않는다”며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난 뒤 빙상인들 사이에서는 “젊은빙상인연대에 찍히면 끝이다”는 말이 나돌았다. 젊은빙상인연대가 빙상계의 비리를 폭로하면서 자신들에게 협조하지 않는 이들을 ‘적폐’로 몰아 세웠기 때문이다. 빙상계 관계자들은 물론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계자들도 약속이나 한 듯 젊은빙상인연대의 주장에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빙상계에는 젊은빙상인연대에 참가했던 몇몇 지도자들 역시 코치시절 선수를 폭행했다는 의혹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자성보다는 다른 빙상인을 손가락질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전 국가대표쇼트트랙 선수였고, 코치를 지낸 여준형씨를 회장으로 내세운 젊은빙상인연대는 2018년 6월 정식 결성됐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폭행 사건이 폭로되자 성명서를 발표하며 빙상개혁의 중심세력으로 부상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관리단체 지정과 전명규 한국체대교수의 영구제명 없이 정의롭고 공정한 빙상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결과가 비상식과 비정상이 판치는 빙상계를 깨끗하게 정빙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포츠 개혁’을 외친 이 단체의 주장에 빙상계는 단숨에 얼어붙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였던 손혜원 의원은 젊은빙상연대의 편향되고 훼손된 정보를 믿고 체육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손 의원은 그해 국정감사에서 선동열, 전명규 등 체육인들을 국회에 불러내 망신주기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의 서슬퍼런 질의에 빙상인들은 꼼짝도 못했고, 손 의원 등 정치적 세력을 등에 업은 젊은빙상인연대는 빙상계, 체육계의 무서운 아이들로 자리 잡았다.

젊은빙상인연대의 날선 폭로는 빙상계 뿐만 아니라 엘리트체육 전체를 마치 범죄집단으로 추락시키는 빌미가 됐다. 체육은 엄청난 파워를 과시했던 손혜원 전 국회의원을 앞세운 정치세력에 휘둘려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정부도 젊은빙상인연대의 편향된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교육부장관과 여성가족부장관 문체부장관은 젊은빙상인연대와 손 의원의 손에 질질 끌려다녔다.

그러나 국가기관의 조사에서 제기된 빙상계의 비리나 문제는 알려진 것과는 사뭇 달랐다. 문체부가 고발한 대한빙상경기연맹과 전명규 교수의 비위 혐의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입증을 하지 못한 채 수사 중이다.

박지훈 변호사는 “젊은빙상인연대의 폭로는 명분을 내세운 추악한 권력투쟁 뿐이었다”고 증언했다. 해바라기처럼 이슈를 선점하고,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면서 우리편 챙기기에 급급했던 연대였다는 게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진실의 속살은 과연 무엇일까. 진보의 가면을 쓴 젊은빙상인연대의 추악한 위선,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sungbaseba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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