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쥴리안 \'긴 다리로 성큼성큼\'
전남 드래곤즈 쥴리안(오른쪽)이 지난달 20일 대전 하나시티즌과 원정 경기에서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드리블하고 있다.대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근육량이 4㎏이나 늘었다. 정말 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전경준 전남 드래곤즈 감독은 뒤늦게 팀에 합류했지만 갈수록 진가를 발휘 중인 키 198㎝ ‘노르웨이 장신 공격수’ 쥴리안(23·전남) 얘기에 웃었다. 동계전지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채 지난 3월 전남에 합류한 쥴리안은 팀 전술과 템포 적응에 애를 먹었고, 힘과 속도를 지닌 K리그 수비수와 경쟁에서도 고전했다. 5월 리그 개막 이후 4경기에서 득점은커녕, 장기인 높이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공중볼 경합 성공률이 48%(33회 시도 16회 성공)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5월30일 FC안양과 K리그2 5라운드에서 페널티킥으로 한국 무대 데뷔골을 넣은 뒤 180도 달라졌다. 이어진 부천FC 1995와 6라운드 원정에서 헤딩 선제 결승골 뿐 아니라 공수를 오가며 발군의 활약을 펼쳤다. 특히 전남 특유의 빠른 공격 전환 과정에서 이전보다 템포에 적확한 움직임을 보였고 상대 수비수와 힘겨루기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머리 사용도 한결 부드러워졌고 여유가 생기다 보니 발기술도 두드러졌다. 오름세는 지속했다. 지난 1일 경남FC와 FA컵 3라운드에 이어 4일 안산 그리너스와 리그 9라운드 홈경기까지 2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이적생’인 공격형 미드필더 김현욱은 물론 이종호 등과 ‘빅&스몰’ 조합을 이루면서 전남 공격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전 감독을 비롯해 전남 코치진은 쥴리안의 ‘K리그 조기 적응’ 비결로 근육량 증가를 꼽는다. 김성현 전남 피지컬 코치는 9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쥴리안은 입단 당시 체중이 89㎏이었는데 지금은 94~95㎏을 유지하고 있다”며 “체지방은 감소하고 근육량이 4㎏이나 늘었다”고 밝혔다. 전남은 쥴리안이 스카우트 리스트에 올랐을 때부터 일대일 맞춤형 트레이닝을 준비했다. 좋은 재능과 신장에 비해서 근육량이 적다고 봤다. 김 코치는 “K리그2는 몸싸움이 워낙 심하다. 타깃형 공격수는 특히 힘을 잘 써야 한다. 더구나 우리 팀 전술은 공격수도 많이 뛰어야 하므로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리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리그 개막이 미뤄진 게 오히려 득이 됐다. 스물세 살 나이에 낯선 한국 무대에 진출한 쥴리안은 성공 의지가 강했고, 팀 훈련 외에 김 코치와 별도로 몸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근비대 트레이닝 등에 몰두, 근육량을 늘리면서 효율적으로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신체 구조로 거듭나는데 애썼다. 김 코치는 “두 달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근육이 성장하고 자리 잡는 속도가 있어 초반엔 (경기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갈수록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쥴리안은 2주마다 인바디 측정을 통해 몸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원하는 수준의 신체를 만든 건 독한 의지도 있었지만 입에 잘 맞는 한국 음식도 한몫했다. 그는 최근 “불고기와 삼겹살 등 한국 음식이 너무나 맛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타국 적응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음식 적응이 빠른 것도 K리그 연착륙을 이끈 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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