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김경문 감독 \'죄송합니다\'
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1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단체촬영을 하고 있다. 2019. 11. 18. 인천국제공항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올림픽과 정규시즌 중에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 만약 KBO리그가 더 중요하다면 2020도쿄올림픽에 10개구단 주전을 보내지 말아야 한다.

KBO는 4월 중순을 정규시즌 개막의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다. 그때까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어 개막을 할 수 있다면, 11월까지 올림픽 브레이크를 포함해서 리그 전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진정 여부는 예단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4월 중순이후 개막한다는 가정하에, 올림픽 기간에도 정규시즌이 진행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정 소화에 여유가 생긴다. 코로나19 뿐 아니라 미세먼지, 장마, 태풍 등 일정 소화에 발목을 잡는 변수는 여럿 있다. 최악의 경우, 12월까지 정규시즌이 진행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숨통이 틔인다.

또한 월요일 경기, 더블헤더 등 쫓기는 분위기 속에 경기를 치른다면, 10개 구단이 시즌 막판까지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줄지도 의문이다. 144경기라는 양적인 면은 채워도 질적인 면은 장담하기 힘들다.

KBO는 현행 144경기 체제에서 경기축소는 최후의 선택지라는 입장이다. 중계권과 기록 등 여러 문제가 맞물려 있다. 그러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야구의 가치는 경기 수에 달려있지 않다. 한 경기 한 경기의 수준이 리그 가치를 만든다. 프로다운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예를 들어 더블헤더(DH) 경기를 한다고 치자. DH 첫 경기에 얼마나 관중이 야구장을 찾을까. 관중보다 관계자가 더 많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거다. 경기수 채우기에 급급한 의미없는 상황보단 경기축소를 긍정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128경기를 하더라도 제대로된 경기를 보인다면 팬들도 수긍할 수 있다. 경기의 가치가 올라가면 중계권 등 각종 계약문제도 해결 가능하다.

올림픽은 아마추어 선수로 대표팀을 구성해도 된다. 냉정하게 말해, 리그의 1군 주전급으로 대표팀을 꾸린다고 해도 올림픽 메달은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 대표팀을 지탱했던 에이스가 여럿 이탈했다.

프로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부흥에 성공했다. 반대로 2020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면, 반대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야구 침체가 가속화 될 수 있다. 또한 김경문 대표팀 감독과 중심 선수들은 비난의 십자포화를 받을 것이며 올림픽 영웅 자리에서 역적으로 추락한다.

그렇다고 올림픽을 포기하자는 건 아니다. 아마추어 선수를 보내면 된다. 배부른 호랑이보다 배고픈 늑대가 사냥에 성공한다. 동기 부여가 확실한 선수들은 전력을 다해 나설 것이고 의외의 결과를 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게다가 아마추어 선수가 출전하는게 올림픽 정신에도 부합한다.

코로나19는 전세계적으로 피해를 입히고 있다. 한국 야구도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한국야구에서 그동안 관성에 따라 시도하지 못했던 변화를 유도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경기 수 축소를 통한 질적 향상과 아마추어 선수로 구성된 대표팀을 논의할 시점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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