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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일본 정부는 2020도쿄올림픽 정상 개체를 줄기차게 외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경제적으로는 침체된 내수경기 회복의 도화선으로 삼기 위해서다. 일본 입장에서 도쿄올림픽은 원전폭발로 여전히 불안전한 후쿠시마의 부흥을 알리는 계기로도 사용해야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4일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도쿄올림픽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올림픽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상황은 애써 무시했다. 아베 총리는 “코로나19가 확대되고 있지만 국제 올림픽위원회(IOC)와 함께 힘을 합쳐 이를 극복하고 올림픽을 예정대로 무사히 개최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 내용을 언급하며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미국과 일본 양국이 노력하기로 협의했다. 올림픽 연기나 취소는 논의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무관중 올림픽 보다는 1년 연기가 낫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 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회장도 “만약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취소나 연기 권고를 한다면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라며 한 발 물러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올림픽 연기와 취소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스포츠계에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장훈(80)은 15일 TBS 모닝 선데이에 출연해 “사람 목숨이 걸린 문제다. 올림픽을 1년 연기해도 괜찮을거다. 외국에서 사람이 안 올수도 있다. 올림픽 출전 선수가 일본에 오지 않고 또 다른나라 선수가 일본에서 감염된다면 상당한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힘든 문제가 많고 일본도 홋카이도부터 감염이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안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자는 장훈의 주장이 다른 스포츠 원로의 동감을 얻어내면 시민사회 뿐 아니라 정치권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정상적인 올림픽 개체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코로나19 관련한 해답은 여전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축소하기 위한 조치들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인구 1만명 당 감염자 수를 비교하면 0.06명에 불과하다. 한국, 중국을 제외하고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13개국, 이란 등의 중동 국가보다 적은 수준으로 확산을 막는 것이 가능했다”고도 했다. 수치상 맞는 말이지만, 논거에 객관성이 떨어진다.

한국은 20만 명 이상을 전수 조사하며 코로나19 감염자 및 감염의 전체 경로를 명확히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채 1만명도 검사하지 않는 등 모집단에서 큰 차이가 있다. 감염자가 다수 발생한 일본 크루즈(706명)는 별개로 떼어놓는 등 확진자 줄이기에만 급급하다.

더구나 일본은 4일 이상 발열이 있어야 확진 검사를 하는 등 소극적 방역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계인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코로나19 검사 키트 100만개를 무상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거부 당하기도 했다.

그런 일본 내 상황을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일본의 올림픽 열망은 보이지만 올림픽 정상 개최를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바이러스 감염의 배양 접시가 된 크루즈 격리 조치를 보며 일본의 위기대처 능력의 부실함을 여실히 목격했다.

그리고 일본은 코로나19 검사축소로 인한 확진자수 최소화 방침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 전략은 역풍을 불렀다. 일본이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되레 부각됐다. 그 여파는 올림픽 출전 포기를 부르고 있다.

골프 세계랭킹 5위로 도쿄올림픽 출전이 확정적인 미국의 더스틴 존슨은 스스로 불참 의사를 밝혔다. ‘스노보드 황제’ 미국의 숀 화이트도 “하계 정식종목이 된 스케이트보드에 출전하겠다”고 해 큰 화제를 모았지만 최근 불참을 선언했다. 일본 정부는 연일 안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론 은폐,축소 움직임을 보이며 세계적 스타들의 도미노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경험했고 이번 코로나19에서도 알 수 있듯 전염병엔 벽이 없다. 인종과 국가를 넘나든다. 그래서 해결책은 사실에 근거한 효과적인 소통과 투명성을 기본으로 하는 국제적 공조다. 한국의 초기 확진자 급증은 상대적으로 높은 투명성에 기인했다. 지금은 세계 각국이 우리나라를 롤모델로 방역에 나서고 있다.

만약 일본이 반대노선을 계속 선택한다면 올림픽 정상 개최는 요원하다. 올림픽의 가치는 상호 이해와 협력을 통한 세계 평화에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이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축소와 감추기에만 급급하다. 일본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올림픽 연기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일본은 올림픽을 개최할 자질과 능력 자체가 부족한 후진국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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