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홈런 박병호 \'오늘 주인공은 누구?\'[포토]
준PO 1차전 끝내기 홈런 박병호. 2019.10.06.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나도 웃긴거 알아요. 애들이 따라하기도 하고...”

‘홈런킹’ 박병호(33·키움)의 별칭 중 하나가 ‘티라노사우르스’다. 줄여서 ‘티라노’라고도 부른다.

올해 정규시즌 홈런 1위, 그리고 6일 열린 LG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을 결정지은 9회말 끝내기 홈런에서 보듯 그는 KBO리그 최고의 강타자다. 다양한 종류의 공룡이 서식하고 있는 프로무대에서 최상위 포식자다.

사실 박병호를 ‘티라노’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만의 독특한 자세에 기인한다. 그는 자신의 팔꿈치를 겨드랑이에 붙인 뒤, 몸통 회전으로 투수가 던진 공을 담장 너머로 날린다. 몸쪽공에 대응하는 그 스윙은 박병호의 전매특허다.

이때 위팔(상완·上腕)이 몸통의 일부처럼 붙어 있어 아래팔(전완·前腕)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 모양새가 유별나게 팔이 짧은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르스를 연상시킨다.

박병호는 타석에서만 그런게 아니다.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거나, 평상시 러닝할 때도 팔꿈치가 겨드랑이에 붙어 있다. 그 모습은 더 티라노처럼 보인다.

올시즌 박병호가 몸을 추스르기 위해 잠시 2군에 머문 적이 있었다. 그때 고양에 위치한 2군 구장에서 그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박병호가 먼저 ‘티라노’를 언급하며 “내가 팔이 좀 짧은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때부터 폼이 그랬다. 뛰는 폼도 치는 폼도... 이젠 일종의 버릇이 됐다”라고 했다. 이어 “나도 웃긴거 안다. 후배들이 따라하기도 한다”라며 방싯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에게 “몸통이 두꺼워서 그렇지 팔이 짧아 보이진 않다”라고 하니 박병호는 “(내 팔이)그렇다고 길지도 않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준PO 끝내기 홈런 박병호[포토]
키움 박병호. 2019.10.06.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준PO 1차전 0-0으로 맞선 팽팽하게 맞선 9회. 박병호는 LG 마무리 고우석을 상대로 혈투의 마침표를 찍었다. 양쪽 손목이 성치 않은 상태였지만, 상체를 젖히며 특유의 몸통타법으로 타구를 고척돔의 가장 먼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그리고 그는 1루 언저리까진 언제나 그랬듯 위팔을 상체에 바짝 붙인 채 티라노처럼 달렸다. 그러나 홈에 다다르자 양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쁨을 표시했다. 마치 티라노사우르스가 그동안 숨겼던 날개를 펼치듯...

평소 박병호는 홈런을 쳤다고 해서 크게 세리머니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만큼은 달랐다. 굿바이 홈런을 쏘아올린 뒤, 맘껏 환호하고 즐거워했다. 그 장면에서 팔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팔은 짧지 않았다. 다만 유난히 굵을 뿐이었다.

포스트시즌 첫 승을 집어삼킨 티라노사우르스가 올가을 어떤 족적을 남길지 기대를 모은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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