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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유인근 기자] 토종 아웃도어의 대표 브랜드 ‘르까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가운데 모회사인 화승의 법정관리 여파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르까프·케이스위스·머렐 등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를 유통하는 화승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은 지난달 31일이다. 2015년 사모펀드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았지만,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만기 도래한 30억원의 어음을 상환하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채권단이 밝힌 화승의 부채는 총 2300억원이며, 한달 이내에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화승은 1953년 설립된 국내 신발 1호 업체인 부산동양고무가 모태다. 1975년 ‘월드컵’이라는 고유 브랜드의 상표 등록을 한 부산동양고무는 1986년에 르까프 사업을 시작했다.
부도 여파는 시간이 가면서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법정관리 신청으로 채무가 동결되면서 화승에 의류나 운동화를 납품하고 대금을 받지 못한 50여 개 협력업체와 2·3차 협력업체들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 업체들이 화승으로부터 받을 돈은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8~10월 겨울상품을 입고하고 5~6개월짜리 어음을 받아 결제일이 2~4월에 돌아오는 협력사 대부분이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협력업체들은 “산업은행이 대주주라는 것을 믿고 거래했는데 모두 휴짓조각이 됐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더욱 딱한 것은 화승의 백화점·대리점 관리자인 매니저들이다. 화승은 이들에게도 판매수수료를 어음으로 지급해 그 손해를 매니저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어음을 할인해 매장 운영 등으로 쓴 매니저들은 어음이 부도처리되면서 금융기관의 변제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르까프와 머렐, 케이스위스 매장 관리자 250여명이 총 250억 원을 갚아야 하는 처지다. 1인당 3000만원부터 많게는 2억원이나 된다. 무임금으로 노동한 것도 모자라 채무자까지 된 것이다. 어음을 남발한 화승에 대해 기업 경영보다 기업회생 절차를 미리 염두에 둔 것이란 도덕적 비난도 커지는 상황이다.
의류업계에서는 화승이 M&A시장에 매물로 나온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외국 브랜드인 머렐과 케이스위스를 포기하고 지명도 높은 토종 브랜드인 르까프만 살리는 방안이 모색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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